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경기도 파주 전방 철책 부근에 기동형 확성기 차량(오른쪽)에 확성기가 철거된 채 주차돼 있다. 왼쪽은 전날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군 당국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한지 하루만인 24일 최전방 지역 일부 이동식 확성기 차량에서 방송 시설을 철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작전상 이동을 위해 확성기를 떼놓은 것이지 철거한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군 안팎에서는 "사실상 확성기 철거 수순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전방 지역 일부 이동식 확성기 차량에서 방송 시설을 떼어놓은 사실이 있다”며 “이동식 확성기를 작전상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 파주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는 군 장병이 이동식 확성기 시설을 철거하는 모습이 일부 언론에 포착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동식 확성기를 작전상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고정식 확성기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군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해놓고는 사실상 철거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확성기를 이동한다는 것은 대북 심리전 방송을 다른 곳에서 하겠다는 뜻"이라며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선언한 상태에서 다른 곳으로 방송장비를 이동시킨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대북확성기 방송에 뼈아파한다"며 "방송을 영구적으로 중단하는 듯한 조치를 취한 것은 북한에 정말 큰 이득을 준 것"이라고 했다.

최전방 대북 확성기 방송은 그동안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등 북한군을 심리적으로 무력화하는 대표적인 심리전 수단이었다.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 2년 3개월 만이다.

국방부는 전날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 및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날 0시를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며 "이번 조치가 남북간 상호 비방과 선전 활동을 중단하고 '평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나가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확성기 철거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다”라고만 했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4/20180424021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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