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3]

북한군 귀순자 "확성기 듣고 탈북"
文정부 들어 김정은 비판내용 없애… "정상회담서 GP철수 합의" 전망도
한·미 연합훈련 '키리졸브' 회담 당일엔 중단하기로
 

국방부는 23일 최전방 지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발표하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및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강력한 대북 협상 카드를 성급하게 써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군사적 긴장 완화 카드를 너무 일찍 던진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집요하게 중단 요구해온 확성기 방송

최전방 DMZ(비무장지대) 인근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을 심리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지난해 6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북한군 귀순자 등 DMZ 인근 탈북 군인 중 상당수는 확성기 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2000년 초반 이후 진행된 각종 남북회담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한 것도 이를 실질적인 위협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시작된 이래 남북 대화와 정상회담, 북측의 고강도 도발 등에 의해 5차례 이상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해 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이번처럼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한때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됐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6월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 우발 충돌 방지와 MDL 일대 선전 활동 중지'에 합의한 이후 최전방의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 시설을 재구축했다. 그리고 2015년 8월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 지뢰를 우리 군 장병 2명이 밟아 중상을 당하는 도발 사건이 발생하자 군은 대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당시 북한 인민군 전선사령부는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며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다. 북한군은 실제로 포격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이 대응 포격으로 맞서자, 북한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 비서를 급파, 판문점에서 우리 측과 긴장 완화 회담을 갖도록 했다. 당시 나온 8·25 합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다시 중단됐지만, 이후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로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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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대북 확성기 차량 - 23일 오후 경기도 파주 전방 철책 부근에 이동형 대북 확성기 차량이 운용을 멈춘 채 서 있다. 국방부는 이날 0시부터 최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했다. /연합뉴스

군은 최전방에서 50여 대의 확성기 시설을 통해 대북 방송을 해 왔다. 주로 뉴스와 날씨, 가요, 북한 소식 등이 최대 20여㎞ 북측 지역으로 전파됐다. 현 정부 들어서는 김정은을 직접 비판하는 내용이 삭제되는 등 대북 비판 수위가 낮아졌다. 북측도 우리 측에 대응해 대남 확성기 방송을 해왔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23일 오후 40여 곳의 MDL 일대 확성기 방송 중 상당 부분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키리졸브 연습 일정도 하루 조정 추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연합훈련도 일부 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합훈련 중 독수리 훈련은 계획대로 오는 27일 끝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3일 2주 일정으로 시작된 키리졸브 연습은 예년에 비해 하루 일찍 1부 연습을 끝내고 정상회담 개최일인 27일엔 훈련 성과를 평가하는 강평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2부 연습은 예정대로 오는 30일 시작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확성기 방송 상호 중단 외에도 DMZ 내 GP(소초) 공동 철수 등 초기 단계의 군사적 신뢰 구축에 합의하고 NLL(북방한계선)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4/20180424002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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