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의 訪美 돌입… "트럼프와 나는 이단아, 특별한 관계"]

- 트럼프, 마크롱에 극진한 대접
워싱턴이 살았던 '마운트 버논'서 마크롱 부부에 저녁식사 대접
외국 정상에겐 매우 이례적인 일

- '美·EU 갈등' 중재자로 나선 마크롱
유럽 참여한 이란 핵협정 유지… 철강·알루미늄 관세도 해결해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부터 사흘간 미국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국빈으로 초대하는 첫 번째 해외 정상이다. 두 사람은 한때 악수로 힘겨루기를 할 정도로 신경전을 벌인 사이다. 그러나 이후론 시리아 내전 등 각종 국제 현안에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브로맨스(남자들끼리 우정)'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마크롱도 출국 전 가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트럼프와 나는 전통적인 정치체제의 산물이 아닌 이단아(maverick)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로 기업을 이끌다 2016년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키운 마크롱 역시 2014년부터 2년간 경제장관을 지낸 것 외에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던 인물이다. 기성 정치권에선 두 사람 다 이단아인 셈이다.
 
‘악수 신경전’ 벌였던 두 남자, 이번에는?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5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시작 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때 두 사람은 약 6초 동안 악수하며 상대방의 손을 강하게 잡아 ‘신경전’을 벌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각) 미국을 국빈 방문해,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악수 신경전’ 벌였던 두 남자, 이번에는?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5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시작 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때 두 사람은 약 6초 동안 악수하며 상대방의 손을 강하게 잡아 ‘신경전’을 벌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각) 미국을 국빈 방문해,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극진하게 대접한다. 23일 저녁 트럼프는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워싱턴 근교에 있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살던 집인 '마운트 버논'으로 마크롱 부부를 초대해 저녁 식사를 했다. 마운트 버논으로 외국 정상을 초대해 식사를 하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극진한 대접을 받고는 있지만 마크롱은 이번 미국 방문으로 외교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내외에서 그의 처지는 순탄치만은 않다. 노동·교육·공공 부문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혁은 파업과 학생 시위 등 반발에 부딪혀 지지부진하다. EU(유럽연합) 통합을 가속화하자는 주장은 주변국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소득 없이 미국 방문을 마친다면 궁지에 내몰릴 수 있다.

마크롱은 다양한 국제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EU를 대표한 중재자로서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대표적인 숙제가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를 주장하는 이란 핵 협정 유지 문제이다.

이란 핵 협정은 서방 주요국들이 13년이나 걸린 협상 끝에 2015년 타결했다. 이를 폐기하면 이란의 핵 위협을 없앤 성과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더구나 이란 제재가 풀린 뒤 유럽 국가들은 이란에 투자를 많이 했다. 핵 협정이 파기되고 다시 이란 봉쇄에 들어갈 경우 투자금 회수가 난망해진다. 마크롱은 24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설득에 공을 들일 전망이다. 마크롱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과 핵 협정을 유지하는 것이 (핵 개발을 계속한) 북한 상황보다는 나은 것 아니냐"고 했다.

미국의 EU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마크롱은 "동맹과는 무역전쟁을 하지 않는 법"이라고 호소하지만, 트럼프가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순순히 양보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에서 마크롱의 이번 미국 방문은 정치적 도박"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크롱이 주요 현안에서 트럼프의 양보를 이끌어낸다면 이번 방미가 유럽의 간판 지도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의 로랑스 나르동 북미 담당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와 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마크롱 입장에서 상당한 무형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4/20180424001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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