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4]
워싱턴 기류는 "北, 비핵화 아닌 핵보유국 선언"… 세계도 의심의 눈

WP "김정은, 미국에 '덫' 놓은 것"… NYT "金, 현상유지만 밝혔을 뿐"
日 아베 "완전한 핵폐기가 중요"
中은 "美, 北에 상응하는 성의를"… 러시아 "김정은, 긴장 완화 행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국제사회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오히려 핵보유국 선언을 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북한의 발표가 나오자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다.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했다. 그는 22일에도 트위터에 "(북한이) 비핵화, 실험장 폐쇄, 실험 중단에 합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관한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다"며 "어쩌면 일이 잘 해결될 수도 있고 어쩌면 안 그럴 수도 있다. 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0일 "평화를 향한 새로운 길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지만,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있다"고 경계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21일 기자들에게 "김정은의 핵실험 중단을 환영한다"면서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을 폐기할 때까지 제재와 최대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진전을 인정하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를 함께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인사들이 미·북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발언으로 평가하면서도, 사적으로는 북한 발표에 회의적이라고 했다. 북한 김정은은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고, 이런 북한의 제스처가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를 북한이 놓은 '덫(trap)'에 비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이 미국에 중요한 양보를 한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현상 유지"를 밝혔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BBC방송도 "이(북한의 발표)는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비핵화 선언이 아니고, 핵무기를 없앤다는 약속도 아니다"고 했다.

미국 전문가들의 의견도 신중론에 가까웠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미 (한국·미국과) 대화 도중에 모든 시험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번 선언은 그 약속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비핵화 선언이 아니며,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워싱턴의 대표적 대화파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6자회담 수석대표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는 기술적 측면에서 더 이상 실험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지,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며 "핵실험 중단을 비핵화 의지와 곧바로 연결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비핵화 행동을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핵·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로 이어질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했고, 고노 다로 외무상은 "일보 전진이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반면 중국은 북한의 발표를 계기로 미국에 공세적 입장을 취했다.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 21일 성명을 내고 "북한의 결정은 한반도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는 관련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 이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은 북한의 결정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한·미·일은 유엔 대북 제재 이외의 독자 제재는 신속하게 취소해야 하고, 유엔 안보리도 부분적인 제재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김정은의 결정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동북아 정세를 정상화할 수 있는 행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3/20180423002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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