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격동의 시간']

"북한과 원론적 합의는 어렵지 않겠지만…" 이행 과정 어려움 언급

"1주일 앞으로 온 남북 정상회담, 지금 상황 예상한 사람 없을 것… 대담한 상상력·전략이 판 바꿔"

"北, 체제 보장과 적대정책 끝 원해… 남북 공동번영, 中 동참해야 가능"
北이 밝힌 비핵화 의미는 불명확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언론사 사장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고, 북한이 주한 미군 철수 같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밝힌 '완전한 비핵화'가 어떤 의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라는 말만 믿고 과정의 어려움을 외면한 '장밋빛 전망'을 하는 것 같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北, 완전한 비핵화 의지"

그동안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 비핵화와 관련해 '폐기'가 아닌 현 상태의 '동결'을 주장했다. 또 비핵화 합의 이후 검증을 회피하는 등 '말로만 비핵화'를 외치는 행태를 수차례 반복해왔다. 이 때문에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한·미가 원하는 비핵화의 개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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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언론사 사장단 청와대 초청 행사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의 언론사 사장단 초청 행사는 제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6월 19일 이후 18년 만이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비핵화 개념에서 (우리와) 북한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그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어떻게 밝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될 경우 평화체제를 한다든지, 북·미 관계를 정상화한다든지 하는 큰 틀의 원론적 합의는 어려울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부분들은 궁극적으로 북·미 간에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지, 우리하고 북한 사이에 합의할 내용이 아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비핵화 이행 과정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큰 틀의 비핵화 의지는 확인했지만 실천을 어떻게 할지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밝혔다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미국과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북한 매체에서는 비핵화 얘기도 안 나오고 있다. 북이 말하는 비핵화와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는 개념이 다르다"고 했다.

현 단계에서 기대 수준을 너무 높이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의 말보다 실제 의지가 더 중요하다"며 "김정은의 말만 믿고 너무 앞서 나가면 과거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넘는 남북 합의 어려워"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격을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길잡이'로 규정하면서 그 한계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제재를 언급하면서 "국제적 제재가 강력하게 진행 중이어서 남북이 따로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북·미 회담과 무관하게 남북이 따로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거나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어쨌든 궁극의 목적은 남북의 공동 번영"이라며 "이런 부분은 북·미 관계, 북·일 관계 발전, 중국까지도 지지하면서 동참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65년을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남북 및 미·북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협정'을 이끌어낼 계획을 다시 확인했다.

◇文 대통령 "4월 위기설 반전시켰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후에도 4월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남북관계가 다시 파탄 날 것이라는 '4월 위기설'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우리가 주도적으로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려는 의지와 노력이 상황을 반전시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여기 계신 분 가운데 지금의 상황을 예상하신 분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라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도화돼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고 했다. 이어 "대담한 상상력과 전략이 판을 바꾸고 오늘의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0/20180420001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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