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 장소를 아직 정하지 못하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평양에 가야 한다고 18일 주장했다. 평양이 불가능하다면 중국이나 러시아 등 북한이 안전하게 느끼는 곳에서 회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오후 ‘북한의 안보 우려가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에서 반영돼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상회담 장소는 정치·안보적으로 큰 중요성을 갖고 있고 미·북은 장소를 최종적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 이상적인 장소는 평양이고 트럼프가 진심이라면 그는 평양을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전임 대통령인 빌 클린턴도 재임 당시 북한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는데 트럼프는 왜 그렇게 할 수 없나”라고 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2000년 평양 방문을 추진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그의 방북 전 단계로,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범위 등을 두고 미 의회에서 반대가 커지면서 결국 2000년 12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 직전 깨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년 4월 18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 중 오찬을 하고 있다.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트위터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 국무장관 내정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북한에서 김정은을 만난 사실을 전하며 “미·북 정상회담 준비가 잘 진행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매체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였지만, 북한은 (비핵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권리와 이익을 얻길 원하고 미국이 회담 시작부터 너무 밀어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장소에 대해 단호할 것”이라며 “북한은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하길 원하고 이는 당연하며 (따라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미국 시각) 정상회담 장소로 미국은 5곳을 검토하고 있으며 여기에 미국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은 협상 초기에 평양 개최를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집권 후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것을 제외하고는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동남아시아와 유럽 도시 등을 두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타임스는 북한이 평양 외에 베이징 등 중국 도시를 다른 선택지로 제시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혼자가 아니란 신호를 보내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요구”로, 중국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김정은의 방중 이후 북·중 관계가 회복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8년 3월 25~28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신화통신
글로벌타임스는 북한이 러시아 블디보스토크나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를 후보지로 제안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울란바토르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안전하다고 봤다. 울란바토르에는 미국과 북한의 대사관이 있어 미·북 회담 합의 직후부터 후보지로 계속 거론돼 왔다.

이 매체는 평양과 베이징 등 중국 도시, 블라디보스토크, 울란바토르가 선택되 지 않으면, 북한의 마지막 선택지는 남북 군사분계선의 북측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서울 개최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봤다. 서울은 김정은에게 안전한 곳이 아니고 서울에서 회담을 하면 김정은이 미국과 한국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김정은의 안전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을 서구 국가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9/20180419017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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