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아시아國 등의 도전으로 韓 '국제적 명성' 퇴색될 수도
북핵·국내정치 빠져 큰안목 결여… 중요 정책들 '5년 시한부' 덫 우려
해방 후 70년 성과 폄훼 말고 분열 막으며 국민 화합해야
 

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중국 하이난(海南)섬에서 보아오 포럼이 열렸다.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이 1978년 출범시킨 보아오 포럼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이번 포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3년 만에 참석하였다. 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마찰이 심화되고 오는 27일 남북한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개최되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주요 정치 지도자, 대표적인 기업과 미디어 인사 등 2000여명이 참석해 중국의 개혁·개방 40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중심으로 진지한 대화와 토론이 있었다. 필자는 이번 포럼에서 새로운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최근 연임된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일 보아오 포럼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포함한 중요한 대외 정책을 발표하였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개혁과 개방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결과 세계경제의 주도국으로 성장하였다는 점을 시 주석은 분명하게 표명했다. 또 중국은 세계경제의 주도국에 따르는 책임을 받아들이고 냉전 시대의 제로섬(zero-sum) 게임 사고의 틀을 벗어나 세계가 공동으로 평화와 발전을 이룩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중국 시장의 접근성 확대, 좀 더 나은 투자 환경 조성,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수입 확대를 위한 제반 조치 시행 등 4개 분야에서 개방을 더욱 확대해 나아가겠다고 밝힘으로써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으로부터 환영과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최근 미국·중국 간에 고조되고 있는 무역마찰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가능하다는 기대도 가지게 됐다.

작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에 있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우리로서는 시 주석의 이러한 발표에 대해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윈·윈(win-win) 정신하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 주석의 연설을 들으면서, 그리고 포럼에서 진행되는 여러 토론과 대화를 지켜보면서 한국의 장래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한국은 짧은 기간 내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함으로써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나 중국은 물론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앞으로 상당한 도전을 받게 돼 그 명성이 퇴색될 수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의 성공 비결은 지도자들의 개혁·개방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비전, 행동 지향적 정책의 적극적이면서 지속적인 추진에 있다고 보인다. 반면 우리의 경우 국가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정책들이 5년이라는 시한부 정책이 되어 버리는 덫에 걸려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또한 남북한 분단의 비극적 상황에서 우리들의 시야가 북한 핵, 국내 정치 등에 함몰돼 정지되어 버림으로써 드넓은 세상에 대한 안목이 결여돼 단기적, 근시안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보아오 포럼에도 삼성전자 회장과 SK그룹 회장, 정부의 차관보급 참석이 전부였다.

유엔 사무총장직에서 퇴임 후 많은 국제 정치·경제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번 보아오 포럼에서도 많은 지도자를 만났다.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솔직하게 걱정하는 그들의 의견을 듣고 곤혹스러울 때가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염두에 두면서 우리 사회의 분열적 요소를 방지하고 국민 화합과 통합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지금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일들이 그동안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음으로써 국가 사회를 건전하고 튼튼하게 성장시켜 나가는 데 기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에 도취해 있거나 해방 후 70년간 난관을 헤치며 이룩한 성과를 우리 스스로 폄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는 이제 또다시 새로운 각오로 소득 5만달러의 목표를 향해 질주해 나아가야 한다. 굳건한 한·미 동맹 속에 당면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체제를 수립함으로써 '냉전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는 부끄러운 별명을 떨쳐내고 통일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

이번 보아오 포럼에서 만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내일의 문제를 어제의 해법으로 풀어낼 수는 없다"고 강조하였다. 마찬가지로 과거 지향적 사고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없다. 미래로 향한 통합과 소통이 8000만 한민족을 묶는 에너지의 원동력이 되어야 함을 보아오에서 느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5/20180415017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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