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6개월~1년 내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CVID)'으로 모든 북한 핵이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포기 선언부터 폐기까지 총 13개월이 걸린 리비아 방식도 길다고 본다고 한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우리는 북이 시간을 벌도록 허용하는 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정은이 방중(訪中) 당시 언급한 '단계적·동시적 조치'에 대해서도 "그런 방식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대담한 행동을 취할 때"라고 한마디로 잘랐다. 북이 제네바 합의나 9·19 합의와 같이 이른바 살라미 전술로 시간을 끌어 북핵 폐기를 용두사미로 만들 생각은 아예 접으라는 것이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의회에서 북에 대한 최대 압박을 다시 다짐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나오는 여러 신호로 볼 때 미 행정부의 이런 방침은 수사(修辭)가 아닌 것 같다.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대로 북핵 폐기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관건은 폐기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폐기 완료 시점을 정하지 못하거나 정하더라도 너무 길면 결국 북의 전술에 넘어가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이 이 문제를 바르게 인식하고 있으며 북핵을 최단기간 내에, 심지어는 '6개월~1년' 내에 끝내겠다는 입장을 굳혔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이런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는데도 북이 판을 깨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김정은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의 진정성 여하에 따라선 1년 내에 모든 북 핵탄두를 IAEA가 확보하고 HEU(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불능화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시간을 짧게 해야 북이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또 속이려는 것인지가 신속하게, 명확하게 드러난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 준비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시기, 장소 등이 모두 불투명하다. 다른 회담처럼 정상끼리 만나기 전에 실무 차원에서 공동성명까지 준비가 끝나는 그런 형식인지 아니면 그런 준비 없이 정상들이 직접 부딪혀 담판하는 것인지조차 불확실하다. 그러나 아직 파열음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양측이 이견을 조율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군에 미사일을 퍼부을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중동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지만 김정은에게 보라는 뜻도 분명히 담겨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강력한 대북 제재와 미국의 군사 조치 앞에 다시 서게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2/20180412036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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