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은 지금 - 이길성 특파원 르포]

김정은 방중 이후, 北·中 접경 곳곳서 제재 완화 움직임

유엔, 지난해 北수산물 수출 금지 中도 동참했는데… 최근 기류 변화
한동안 한산했던 물류창고 지역 트럭 많아지며 교통 정체 빚기도
옌볜서 포착된 北 여성노동자들 30일짜리 통행증으로 넘어온 듯… 제재눈길 피해 '편법 파견' 가능성
 

5일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단둥에서 만난 중국 소식통은 "북한산 수산물에 대한 당국의 해금 지침이 업계에 전파됐다"고 전했다. 이런 방침이 내려온 것은 불과 며칠 전으로, 해금 시점은 4월 중·하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이후 중국 당국이 '북한산 수산물 반입 재개'를 비밀리에 자국 업계에 하달한 것이다. 단둥 주민들은 '북·중을 오가는 물동량이 늘었다'는 말도 전했다. 김정은 방중을 계기로 북·중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제재 완화 조짐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단둥은 북한산 수산물의 중국 내 유통 허브로, 북한산 수산물을 취급하는 냉동창고 200~300여 곳과 수산물 가공업체들이 몰려 있다. 그러나 북한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한 직후인 작년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산 수산물과 석탄의 수출을 금지하는 대북 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어긴 단둥의 수산업체들을 무더기로 적발해 북한산 냉동 수산물 수십t을 압수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 방중 이후 그 같은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에게 경제 원조를 약속했다'는 루머들이 돌더니 '해금 지침'이 확산된 것이다. 한 소식통은 "한 번에 다 푸느냐 부분적으로 푸느냐가 관심일 뿐 해금 자체는 다들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당국의 조치가 무역 전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고 전했다.
 
中옌볜서 포착된 北 여성노동자들
中옌볜서 포착된 北 여성노동자들… 소식통 "이렇게 많이 오는 건 오랜만" - 지난 1일 북·중 접경 지역인 옌볜자치주 허룽시 시내에서 사복 차림의 북한 여성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다. 모두 20·30대로 보인다. 이 영상을 제공한 소식통은“북한에서 (여성 노동자가) 이렇게 많이 오는 건 오랜만”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여성 노동자 400여명이 허룽시에 최근 새롭게 파견됐다고 보도했다. /데일리NK

북·중 간 물동량이 김정은 방중 이후 증가했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단둥의 한 주민은 "물류창고가 몰려 있는 단둥 시내 화위안(花園) 지역에서는 교통 정체가 다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방중 이후에 차를 몰고 이곳을 지나는데 도로변에 정차한 트럭들로 인해 심한 정체가 빚어졌다"며 "유엔 대북 제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작년 하반기 이후 처음 보는 풍경"이라고 전했다. 화위안은 북한서 들어온 물품을 내리고, 북한으로 가는 중국 물품을 싣느라 중국과 북한 트럭들이 거쳐 가는 곳이다.
 
김정은 방중 전후 중국의 대북 제재완화 움직임

이런 가운데 북한 전문 뉴스 매체인 데일리NK는 "김정은이 중국을 다녀간 후 북·중 접경 지역에서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관련 동영상을 올렸다. 지난 1일 중국 옌볜자치주 허룽(和龍)시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이 동영상에선 20~30대로 보이는 북한 여성들이 사복 차림으로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나온다. 영상을 제공한 소식통은 "북한에서 이렇게 많이 오는 건 오랜만"이라며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앞서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도 "북한 여성 노동자 400여 명이 허룽시에 새로 파견됐다"고 보도했다. 허룽시는 북한의 철광 산지인 무산시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지역으로, 중국군이 운용하는 검문소가 있다.

현재 북한이 중국에 노동자를 새로 파견할 수 있는 합법적 경로는 없다. 유엔 안보리가 작년 해외 북한 노동자의 비자 갱신과 노동자의 신규 파견을 모두 금지했기 때문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동영상 속 북한 여성들은 정식 파견 근로자가 아니라 도강증(渡江證)을 받아 중국에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자 격인 근로허가증이 아닌 통행증 격인 도강증을 받아 일할 경우 공식적으론 해외 파견으로 잡히지 않는 맹점을 북한이 악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중 접경 지역 일부 업체들은 이 같은 편법으로 송환 북한 노동자들의 빈자리를 채워왔다고 중국의 한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단둥에는 북한 노동자를 300~400명씩 고용하던 의류·봉제,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있다"며 "유엔 제재 때문에 기존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돌아갔지만 이 업체들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말했다. 그 비결이 바로 '도강증 노동자'라는 것이다. 최장 30일을 못 넘는 도강증 소유자를 채용하는 것은 유엔 제재 위반이지만, 중국 당국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6/20180406001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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