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단지 내 5㎿ 실험용 원자로 주변에서 냉각수 관련 공사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원자로를 재가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냉각 시설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실험용 원자로는 아무 쓸모없는 고철이 된 지 오래다. 그런 원자로를 다시 손보고 있는 것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대가를 얻어내기 위한 카드로 쓰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5년 6자 회담을 통해 9·19 공동 성명을 채택할 당시에도 가동이 사실상 중단됐던 5㎿ 원자로에 대한 공사를 진행했었다. 그러고는 2008년 6월 핵포기 의사를 국제사회에 드러내는 상징적인 조치로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그런데 그때 이미 뒤로는 지하 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HEU) 핵폭탄을 개발하고 있었다. 필요 없게 된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해 쇼를 한 것이었다. 김정은이 이번에도 이런 쇼를 벌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북은 처음 플루토늄 추출 방식인 원자로를 통해 핵개발을 시작했고 그 시설을 동결하기 위해 미·북 간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었다. 그러나 2002년 북한이 플루토늄 방식보다 진화된 고농축 우라늄 방식으로 핵을 개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네바 합의가 파기됐다. 북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지지 않았다고 철저히 부인하다가 개발이 끝나자 2010년 미국의 핵 과학자 해커 박사에게 1000여개의 원심분리기를 직접 보여주며 능력을 과시했다.

플루토늄 방식은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등 덩치가 큰 지상 시설에서 연기와 방사능 물질이 나와 제조 과정이 쉽게 노출된다. 반면 우라늄 농축 방식은 좁은 지하 공간에서도 핵무기 제조가 가능해 은폐가 용이하다. 이미 북은 플루토늄 방식에서 우라늄 농축 방식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그런 만큼 앞으로 북핵 폐기를 위한 협상의 초점은 이미 용도 폐기 상태인 플루토늄 원자로가 아니라 우라늄 핵 시설에 맞춰져야 한다. 이 시설을 전부 공개하게 만들고 그 시설들을 단기간 내에 폐기 하거나 해외로 반출시켜야 한다. 물론 의심 지역을 사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벌써 일각에서는 북이 고철이 된 플루토늄용 원자로를 폐기하는 것을 큰 의미가 있는 양 포장하는 주장이 시작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접촉 단계에서부터 북측에 5㎿ 실험용 원자로 폐기로 국제사회의 눈을 속일 생각은 하지 말라는 점을 단단히 못 박아 두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5/20180405033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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