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격동의 시간'] 美국무부, 北책임 명확히 밝혀

2010년 국제조사단 보고서 근거… 北이 주장한 "조작 모략극" 일축
국방부 이어 강경화 외교장관도 폭침 주범 문제 등 대답 못해
野 "北에 능욕당해도 묵묵부답… 이것이 정의이고 공정인가"
 

미국 국무부는 3일(현지 시각)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는 조사 결과를 철저히 신뢰한다"고 밝혔다. 전날 북한 노동신문이 "천안함은 미국과 (남한) 보수 정권의 조작 모략극"이라고 주장한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청와대와 국방부 등이 북한의 발뺌식 뒤집어씌우기에 계속 침묵하는 동안 미국 정부가 대신 나서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이날 VOA(미국의소리) 인터뷰에서 "2010년 5월 19일 발표된 국제 합동조사단의 보고서는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된 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결과를 압도적으로 보여주는 객관적·과학적 증거"라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미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도 했다. 애덤스 대변인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한국 민간인과 군인들을 공격한 북한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북한 주장에 대한 미국의 공식 반박에도 청와대는 이틀째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이날 올 들어 처음 가진 내신 기자 브리핑에서 '천안함 폭침에 관한 미 국무부의 입장이 나왔는데, 우리 정부 입장과 외교장관의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전날 국방부 대변인 말씀이 우리 정부 입장"이라고만 했다. 북한이 억지 주장을 펴고 동맹국인 미국이 반박을 했는데도 외교 수장이 직접 언급을 피한 것이다.

전날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면서도 지난 2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소개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 같은 국방부의 얘기를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인용하듯 넘어간 것이다.

강 장관은 또 '남북 대화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 인권을) 남북 대화에 포함시키는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북한에 직접 인권 문제를 거론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4일에도 "북남 관계는 아직 살얼음장이니 분별 있게 처신하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노동신문은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 도발이며 대화 분위기에 역행하는 용납 못 할 망동"이라고 했다. 이어 "인권 모략 소동이 북남 관계의 살얼음장에 돌을 던지는 것이라는 점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심사숙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천안함 폭침을 발뺌한 데 이어 연일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침묵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는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이 능욕당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번에도 묵묵부답"이라며 "북한의 막말과 도발에는 눈감 고, 확신할 수 없는 평화 공세에만 손뼉을 쳐주는 대북 정책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영철이 웃으며 천안함을 말하고 노동신문이 대한민국을 능멸하는데, 청와대와 국방부·통일부는 모두 '할 말이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이 정의이고, 공정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반성하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5/20180405002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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