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제주 4·3사건 70년을 맞아 제주 평화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 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4·3 사건 희생자는 노무현 정부 때 신고된 숫자만 1만4000명이다. 군경(軍警)이 대한민국에 반란을 일으킨 남로당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사과는 현대사의 비극을 매듭짓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추모사 어디에서도 막대한 피해자를 낳은 4·3 사건을 일으킨 남로당과 배후 세력인 북한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 세계 어느 나라든 무장 반란이 일어나면 군과 경찰이 진압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이 사실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진압이 지나쳐 관계없는 민간인이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은 4·3 당시 전사한 군인과 경찰, 서북청년단 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주최한 '4·3 70주년 특별전'은 남로당 폭동을 '무장봉기' '항쟁'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4·3 사건 주동자 중에는 나중에 월북(越北)해 평양 혁명열사릉에 묻힌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도 책임자와 범인을 따지지 말라고 한다. 대통령 역시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 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의원 60명이 발의한 4·3 특별법 개정안엔 '4·3 위원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3년 이하의 징역·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이 포함됐다. '위원회 결정으로 인정된 4·3 사건의 진실을 부정·왜곡하여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이게 민주화 투쟁했다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3/20180403039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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