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

"진상규명·명예회복 후퇴 없을 것" 정부차원 배상·보상 등 약속
좌익폭동 규정한 보수진영 겨냥 "아직 진실 외면하는 사람 있어"
野 "양민 피해 보상 필요하지만 남로당 언급 안한 건 이해 안돼"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국가 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께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4·3 추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두 번째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참석 이후 12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며 "더 이상 4·3의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배상·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며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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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념식 참석한 5당대표… 이효리는 시낭송, 이은미는 추모 공연 - 여야(與野) 당 대표들이 3일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오른쪽 끝부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가수 이효리씨가 추념식에서 추모시를 낭독하고(오른쪽 위), 가수 이은미씨가 추모 노래를 부르고 있다(오른쪽 아래).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차례 '국가 권력의 폭력' '학살' 등의 표현을 쓰면서 "국가 폭력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4·3을 촉발시킨 남로당 무장 반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4·3은 지난 1948년 남로당 제주도위(委)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한 5·10 총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무장 폭동을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빨치산들은 경찰서를 공격해 총선거를 준비하던 경찰, 공무원들을 살해했다. 남로당 제주도당책 김달삼은 그해 8월 월북(越北)해 4·3을 '무장 구국 항쟁'으로 소개하고 "북조선 민주개혁을 남조선에서 실시하도록 용감히 싸우자"고 했었다. 4·3의 재조사를 진행했던 노무현 정부는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무고한 제주도민 2만5000~3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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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 12년 만에 4·3 추념식 참석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는 길에 4·3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 이름을 새긴 표석을 둘러보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문 대통령 왼쪽은 원희룡 제주지사, 김 여사 오른쪽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좌우의 극렬한 대립이 참혹한 역사의 비극을 낳았다"면서도 "이념은 단지 학살을 정당화하는 명분에 불과했다"고 했다. 또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4·3을 '좌익 폭동'이라고 해온 보수 진영 일각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정부가 규정하는 4·3의 성격은 무엇인가. 항쟁인가 사건인가'라는 질문에 "제주 4·3 특별법이 지난 2000년 만들어졌고 이후 4·3 위원회에서 보고서가 나왔다"며 "그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지금까지의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2003년 작성된 '제주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는 4·3을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브리핑 중 4·3을 '항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4·3의 명칭과 관련해 좌파 진영은 '국가 권력에 의한 주민들의 희생'을 강조하면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미 군정(軍政)과 경찰 등 국가 권력의 탄압에 맞선 '항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반면 보수 진영은 4·3이 남로당의 무장 반란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태' '폭동' 등으로 규정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4·3에 대한 명칭을) 정부가 앞서 정할 수는 없다"며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은 이날 문 대통령 추념사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억울하게 피해를 본 양민들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배·보상 문제 해결은 필요하지만 대통령이 4·3사건을 일으킨 남로당과 배후 세력인 북한 책임을 거론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진실 규명과 희생자와 그 유족에 대한 명예 회복 조치는 여전히 미진하고 제주도민들의 한과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유의동 대변인은 "과거 냉전 시기 좌우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배제하려고 했던 것이 참사를 불러온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4/20180404001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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