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격동의 시간']

그레이엄 의원, 볼턴과 대화 공개 "협상목표는 북핵 프로그램 폐기"
리비아식 속전속결 해법 나설 듯

내퍼도 완전한 핵폐기 강조
"레이건은 '믿되 검증하라' 했지만 北은 믿지 말고 검증하는게 맞아"
 

존 볼턴, 마크 내퍼
존 볼턴, 마크 내퍼
존 볼턴 신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미·북 정상회담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 정부 및 중국과 만나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미 핵심부는 북한이 '기만술'을 되풀이하고 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의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은 1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며칠 전 볼턴과 저녁을 함께했는데, 볼턴의 가장 큰 걱정은 북한이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나는 미·북 정상 만남의 조건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다. 그리고 (나처럼) 매우 건강한 회의론자여서 볼턴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때문에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왔다"며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을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근본적으로 김정은은 믿기 어려운 상대란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북한이 시간 벌기에 나선 이유에 대해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 탑재 미사일을 보유하려면 9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며 "나와 볼턴은 9개월 동안 (비핵화 협상) 이야기하면서 미사일을 만들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는 것이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의 공감대임을 의미한다. 그는 북한이 ICBM 완성에 필요한 시간을 벌지 못하도록 "북한과 매우 집중적으로 빠른 조치를 얻어낼 협상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볼턴이 NSC 보좌관으로 정식 취임하면 그가 평소에 주장했던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가 4월 말쯤 취임하면,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대북 압박이 최고조에 이를 수도 있다. 폼페이오는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지난해 말 "북핵 해결을 할 수 있는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보고를 트럼프에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협상 목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여야 한다"며 "어쩌면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등 4국이 평화협정을 맺을 수도 있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끌면 안 된다"고 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도 2일 서울에서 "우리는 북한과 기꺼이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어떤 만남에서든 우리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이며 이는 협상 불가'라고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이날 중견 언론인 모임인 한·미 클럽 주최 간담회에서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최종 결과는 변함없이 CVID이며, 이보다 못한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믿되 검증하라(trust and verify)'고 했지만, 북한에는 '믿지 말고 검증하라(distrust and verify)'가 맞는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한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볼턴이 2014년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 공격에 대해 "북한의 공격은 최소한 테러나 전쟁 행위에 가깝다"며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북한을 향한 미국의 사이버 보복 공격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3/20180403002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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