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격동의 시간']

고강도 제재·압박에 北체제 위기… 남북관계 악영향 줄까 신속 대응
한국 취재진 숙소 찾아와 해명 "다시 그런 일 없도록 잘하겠다"
김영철 상대해 본 정부 관리들 "늘 오만하게 행동… 신뢰 안 가"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2일 오전 방북 중인 우리 취재진 숙소(평양 고려호텔)를 찾아와 "참으로 섭섭했을 것" "십분 이해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초청한 귀한 손님들인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잘하겠다"고도 했다. 전날 북 당국이 취재진의 남측 예술단 공연 취재를 제한한 데 대해 확실히 사과한 것이다.

하루 전 우리 취재진 8명은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의 공연 시작 직전 북측에 의해 공연장 밖으로 끌려나와 4시간 가까이 복도에서 북측의 감시를 받았다. 이 상황을 뒤늦게 파악한 우리 정부가 북측에 강력 항의하자 김영철이 직접 나선 것이다. 김영철은 "어제 행사는 우리 국무위원장(김정은)을 모신 특별한 행사였고 국무위원장의 신변을 지켜 드리는 분들하고 공연을 조직하는 분들하고 협동이 잘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각종 핑계로 우리 언론의 취재를 막거나 과도한 몸수색, PC 검색 등으로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사과한 적은 거의 없다. 특히 이번처럼 당 부위원장(장관)급이 직접 취재진 숙소를 찾아와 신속히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과거 각종 회담에서 김영철을 상대해본 전·현직 관리들은 "항상 고압적이고 오만했던 김영철이 저렇듯 저자세로 나왔다는 게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들이다. 전직 남북 군사회담 대표는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뿐 아니라 북의 소행임이 명백한 사안들에 대해 항상 오리발을 내밀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곤 했다"고 했다.

김영철의 변신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대북 소식통은 "김영철의 태도 변화는 미국 주도의 제재·압박으로 북한이 체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했다. 전직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도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는 남북 관계 급진전 을 통해 위기를 넘겠다는 의도"라며 "이번 취재 제한 사태가 남북 화해 무드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재빨리 사과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도 과거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남북 정상회담은 항상 우리가 먼저 제의하고 북한은 조건을 달아 몸값을 불렸다"며 "지금 북한이 그만큼 급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3/20180403002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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