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기적 非核化는 '허구'
'단계적 해법' 합의도 과거 실패 되풀이하는 것

北 비핵화 조치 시작 후 제재 해제·경제 건설 지원
주한미군 문제는 논의대상서 빼야
 

김천식 前 통일부 차관·우석대 초빙교수
김천식 前 통일부 차관·우석대 초빙교수
이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철저하게 국익(國益) 추구에 집중해야 한다. 세계적 탈냉전 이후 30년 동안 한반도 냉전을 끝내지 못한 가장 큰 요인은 북한 핵(核) 문제였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북핵 문제의 확실한 해법 찾기에 달려 있다. 남북과 미·북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는 만큼, 북핵 문제와 관련해 '근본 해결'을 추구하는 게 타당하다.

그 해법의 첫째는 가장 핵심인 북한의 비핵화와 미·북 간 관계 정상화를 초장(初場)에 실천토록 합의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국외(國外)로 반출해 국제기구 관리 아래 폐기하고, 핵무기의 국외 반출과 동시에 미·북 수교를 하는 방안이다. 이는 중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 평화협정 협상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쌍궤(雙軌) 병행'과는 맥락을 달리하는 것으로, 상호 불신의 근원(根源)을 초기에 완전 제거하자는 것이다. 과거에는 미·북 수교가 가장 뒤늦게 실현되는 구조로 합의됐다.

둘째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적 조치를 1년, 길게 잡아 2년 정도의 단시간에 모두 완료하기로 시한(時限)을 정하는 것이다. 핵무기 폐기와 관계 정상화를 통해 불신의 근원을 없애고 그와 거의 동시에 북핵 시설의 폐기와 국제원자력기구가 요구하는 완전한 사찰 검증에 들어가며, 주변국은 한반도에 대한 핵 위협 금지 및 내정 불간섭, 불가침을 보장한다. 관련 당사자들이 서로 이행해야 할 사항을 일괄 타결하고, 이것을 동시 행동 조치로 일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과정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허구(虛構)이다. 비핵화 의지가 없을 때 쓸 방법이 장기화였다.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결단했다면, 단시간에 끝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북한으로서도 이러한 과정을 되도록 빨리 끝내는 게 그들이 처한 난관을 해결하는 데 유리하다. 북한이 비핵화 과정을 길게 끌고자 한다면,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미·북 정상회담이 복잡한 사전 협의 없이 열리는 게 정치적 결단으로 가능했듯이, 비핵화를 신속히 실현하는 것도 정치적 결단이 있으면 가능하다. 북한은 지도자가 그러한 것을 완전 장악하고 결정하는 체제이다.

셋째, 북한의 요구 사항에 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비핵화 조치가 시작되면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의 경제 건설을 위한 대규모 지원을 시작한다. 비핵화 조치와 평화협정 체결도 함께 추진한다. 평화협정의 핵심 요소는 관계 정상화인 바, 미·북 수교가 이루어지면 평화협정 체결도 쉬울 것이다.

주한 미군 문제는 비핵화 협상의 논외(論外)여야 마땅하다. 이 문제는 이미 남북 간에 그리고 미·북 사이에 논의된 바 있었고 사실상 양해됐던 사항이다. 북한이 주한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내건다면 비핵화 주장에 진정성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조만간 열릴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이런 근본적 문제에 합의하고 실천한다면 한반도는 냉전 사슬에서 벗어날 것이며, 4월 남북 정상회담은 성공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네바 기본 합의나 9·19 공동성명을 복원하는 정도의 단계적 해법에 합의한다면 그것은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이것은 사실상 실패한 방법이며, 북한이 핵을 완성하지 못했을 때 적용했던 것이다. 이를 되풀이하는 것은 똑같은 실패의 함정에 빠지는 길이다. 이 방법으로는 북한 비핵화가 언제 완결될지 기약이 없다. 이런 미봉책은 불신의 근원을 놔둔 상태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이견과 불신이 드러날 것이며, 더 큰 위기를 낳는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핵 동결 등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남북한 관계를 논의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북한 동향을 보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핵 무력을 기초로 한반도 질서를 자기들이 주도하는 판으로 만들고자 한다. 북한이 핵무기로 한반도와 한민 족의 안보를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비핵화 외교에서 한국을 배제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 없이 남북한 교류와 협력을 추구한다면, 이것은 핵을 가진 북한과 핵이 없는 남한의 불평등 관계를 고착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남북한 관계의 진전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이런 남북 정상회담이 된다면 확실히 실패한 회담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1/20180401019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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