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합의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보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과 안보를 연계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북 대화에서 앞서가는 한국 정부에 경고를 보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리치필드에서 열린 ‘인프라스트럭처(기반시설) 이니셔티브’ 행사에서 연설 중 며칠 전 한국과 미국 당국이 발표한 FTA 개정 합의를 언급했다. 그는 “나는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FTA 개정을 보류할 수도 있다”며 “이는 매우 강력한 카드고 모두가 공정하게 대우받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3월 29일 오하이오주 리치필드에서 열린 ‘인프라스트럭처(기반시설) 이니셔티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블룸버그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이날 남북이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4월 27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후 나왔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말 이전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뻔한 수사가 약간 차분해졌다”며 “우리는 북한과 아주 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것”이라며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결과가) 좋지 않으면, 걸어 나갈 것이고 좋으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과 안보 문제를 연결시켰다. 그는 트위터에 한·미 FTA 개정 합의를 거론하며 “이제 (미국과 한국의) 중요한 안보 관계에 집중하자”고 했다. 앞서 28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원칙적으로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미국 고위 관료들은 한국이 미국의 한국·일본 동맹에서 약한 고리이고 한국 정부가 북한과 너무 성급하게 협상을 매듭지으려 한다고 비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해 왔다”고 전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왜 FTA 협상과 북한 대화를 동시에 진행할 수 없는지 설명하지 않았으나, 미국이 북한과 외교 담판을 지으려는 상 황에서 복잡하고 정치적 무게가 큰 FTA 개정 협상은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남북이 정상회담 날짜를 정하면서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회담 내용에 포함될 것인지를 포함해 정상회담 의제를 완전히 정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협상을 북한 협상에서 레버리지(지렛대)로 쓰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30/2018033000433.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