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만났다]
美·中갈등 틈타 국제共助 흔들기… 전문가 "中 제재 완화땐 비핵화 대화 원점"
북한, 미국 '매파 안보라인' 의식해 몸값 올리고 '중국 보험' 들어둔 셈
김정은 다음 카드는 러시아 방문?
◇제재의 약한 고리 中부터 방문
김정은이 남북, 미·북 회담 전에 중국을 방문한 것은 자신을 대화로 불러낸 국제적 제재·압박의 취약 고리부터 공략하기 위해서로 볼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우리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미국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중국이 제재 완화를 도와주고 지원도 해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이번에 김정은을 초청해 환대한 것은 그만큼 중국이 다급하다는 의미다. 최근 남북, 미·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자 중국 내에서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 대만, 티베트, 북한 등 다방면에서 대중 공세를 하고 있다. 그중 중국이 미국에 레버리지를 갖는 문제는 북한 정도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패싱'당한 중국에는 북한이란 전략적 자산이 필요하다"며 "북한은 지금 중국이 자신을 절대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김병연 교수는 "미국이 무역으로 중국을 압박하면 중국이 '대북 제재 해제 카드'로 미국을 흔들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을 놓고 미·중이 경쟁하는 양상이 되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중 정상회담 한번 했다고 해서 중국이 당장 제재를 해제해주진 못하겠지만 보이지 않게 뒤에서 여유를 줄 수 있다"며 "북한이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를 해제해서 안 된다"고 말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북한이 대화로 나온 것은 압박 때문"이라며 "중국이 경제 제재를 완화해 주면 현재의 대화 국면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미 협상력 높이려 중·러에 접근
김정은의 이번 방중에는 한·미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북한으로서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좀 더 안정적인 후원을 받아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각수 전 대사는 "북한은 미·중 관계를 이용해 자기 몸값을 올리려고 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워낙 강성이기 때문에 북한은 대미 카드를 하나 더 갖기 위해 중국에 다가서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앞두고 '잘 안 되더라도 우리에겐 중국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은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 등으로도 외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21일 평양에서 열린 북·러 경제협력위에서는 북·러 국경에 새로운 교량을 건설하는 문제 등이 논의됐고, 다음 달 중순에는 리용호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김정은 본인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서울대 초빙교수는 "한·미와의 협상을 앞둔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지는 것이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8/20180328002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