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교육부가 내년에 쓸 초등학교 6학년 국정(國定) 사회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걸 보면 '자유민주주의 발전과 시민 참여' 단원 첫머리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화문 촛불 집회 사진이 실렸다. 같은 단원 끝부분에는 다른 촛불 집회 사진이 들어갔다. 두 사진에는 '시민의 정치 참여 활동이 사회 발전에 왜 중요할까요' 같은 질문이 따라붙었다. 4·19 혁명과 관련한 당시의 초등학생 시위 사진도 게재했다.

교육부는 민주화 과정을 자세히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과서는 정치색과 자극적 내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구성원 간 합의된 사회적 상식을 담아야 한다. 불과 1년여 전에 있었던 촛불 집회는 전(前) 대통령 탄핵과 현 정부 탄생으로 이어졌다. 정부 스스로도 촛불 정부라고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촛불 시위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상당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촛불 집회 사진을 싣고 우호적인 설명을 단 것은 '현 정부는 정의로운 정부'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는 야당 때는 나라가 주도해 편찬(編纂)하는 교과서를 반대하더니, 자기들이 정권을 잡자 자기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대량으로 찍어내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는 '북한은 여전히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문장을 삭제하는가 하면 새마을운동 사진을 없앴다. '유신체제'를 '유신독재'란 표현으로 바꾸는 등 200곳 넘게 집필자도 모르게 '도둑 수정'을 했다. 정권 바뀔 때마다 교과서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검증이 안 되고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내용을 무리해 집어넣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권별로 교과서 만드는 거냐는 말이 나온다. 나라 교육을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7/20180327033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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