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격동의 봄']

북한 최고위급 訪中… 시진핑이 직접 면담 가능성

北 특별열차는 김씨 일가만 사용… 당국 "최룡해보다 급이 높을 것"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 무산 대비 '플랜B' 차원서 관계 개선 필요
중국은 한반도 주도권 상실 우려
 

26일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중심도로에서는 경찰의 삼엄한 호위 속에 검은색 귀빈용 세단 20여 대가 줄지어 인민대회당으로 향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특별열차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 고위급 인사가 탄 행렬이었다. 열차가 지나온 랴오닝성 단둥역부터 베이징역 사이 곳곳에는 가림막이 설치됐고, 무장경찰이 배치됐다. 외교소식통은 "규모나 경호가 모두 국빈급이었다"고 했다.

북한 특별열차는 북한 '김씨 일가'만 사용할 수 있다. 고위 대북소식통은 "최룡해급이 탈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상식적으로 현 시점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갑자기 직접 해외에 나갔을 가능성은 낮고,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 자격으로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임신 상태라 항공편보단 열차를 이용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단둥역에 철판 가림막
중국 단둥역에 철판 가림막 -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가 26일 보도한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역 모습. 지나가는 기차를 볼 수 없도록 철로 주변으로 높은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데일리NK
외교가에서는 김씨 일가가 아니더라도 북한 고위급 인사가 방중했다면 최근 몇 년간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급속도로 복원된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또는 27일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북한 인사를 만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밀착은 존 볼턴 효과?

북한 고위급 인사의 이번 방중은 북·중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 입장에선 미·북 정상회담 성사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플랜B' 마련 차원에서 북·중 관계 개선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최근 미국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좌초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특히 '수퍼 매파'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용을 계기로 이 같은 불안감이 증폭됐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으로선 미·북 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단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도 어떤 형태로든 고위급 접촉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김정일이 5월 29~31일 중국을 찾았고, 회담 직후인 7월에는 푸틴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러시아 언론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다음 달 중순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몸 단 중국의 승부수?

중국은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북한에 손을 내밀었을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따라 대북 경제 제재를 강화했다"며 "이것이 북한의 대중 감정 악화를 초래한 반면, 남북 및 미·북 관계 급진전으로 이어지자 대(對)한반도 영향력 상실을 크게 걱정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주요 플레이어로 나서기 위해 북한 고위급을 초청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김정은의 방중이 성사되지 않은 것은 중국의 반대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선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대한 '성의'를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은을 받아들이는 데 대한 외교적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만약 특별열차에 탑승한 게 김정은이라면 이 같은 중국의 원칙이 무너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하기엔 최근 남·북·미가 주도하는 동북아 정세가 너무 급박하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을 방문한 것이 김정은이라면 2012년 집권 이후 첫 해외 방문이자, 첫 정상회담이 된다.

남북 관계 영향은

전문가들은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 중이 오는 29일로 예정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목전에 두고 이뤄졌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북한은 제재 이완을 위해 한국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방중을 통해 '내겐 중국 카드도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며 "이는 29일 남북 고위급회담과 다음 달 말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으로부터 확실한 것을 얻어내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7/2018032700140.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