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안보보좌관 지명 후폭풍]

NYT·WP 동시에 1번 社說 이례적 "볼턴 지명, 놀랍고 걱정되고 섬뜩"
매티스 "함께 일하기 어려울 것"… 켈리 비서실장도 냉담한 반응

"볼턴, NSC 수십명 청산작업" 보도
루비오 등 공화당 강경파는 환영 "훌륭한 일 해낼 탁월한 선택"
 

미국이 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지명된 존 볼턴으로 시끌시끌하다. 전·현직 관료와 정치인, 언론 등 워싱턴 정치를 움직이는 '인사이더(Insider·내부자)'들이 우려와 반감, 공포의 반응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총궐기한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 지명 다음 날인 23일(현지 시각) 미국 조야의 분위기를 '놀랍고 걱정되고, 섬뜩하다'는 세 단어로 요약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 관료사회가 우선 동요하고 있다. 볼턴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으로 있던 시절부터 정통 관료들을 혐오하는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관료들은 논리적으로 완벽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들만 한다"고 비판해왔다.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볼턴의 정식 근무일은 다음 달 9일부터지만 벌써부터 백악관 NSC의 대규모 인적 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24일 볼턴이 취임을 앞두고 NSC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볼턴의 측근들을 인용해 "인적 청산의 범위가 NSC 직원 수십명이 될 것"이라며 "첫 번째 표적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NSC에 근무했던 관료들"이라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FP에 "볼턴은 맥매스터가 데려온 모든 정무직을 제거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도 볼턴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NYT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주변에 "볼턴과 함께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볼턴의 임명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여기에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앤서니 블링컨은 23일 NYT 기고문에서 2005년 유엔대사 지명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조차 "볼턴은 반대를 용인하지 않는다. 이는 세계에 보이는 미국의 얼굴로 부적절하다"고 했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볼턴의 호전성과 자신에게 반대하는 자를 제거하려는 성향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볼턴은 어떤 일에도 책임지지 않았으며, 자신이 속한 행정부에 내부 비판을 해왔고, 항상 비현실적인 행동을 촉구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신문 1면에 볼턴과 관련한 기사를 싣고 향후 전망과 관련한 해설기사도 1~2개 면에 걸쳐 자세히 다뤘다. 특히 NYT와 WP는 24일 각각 '볼턴은 정말 위험하다' '위험한 선택'이란 제목의 사설을 1번 사설로 나란히 실었다. 두 신문이 같은 주제로 1번 사설을 쓰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볼턴 충격이 크다는 것이다.

NYT는 사설에서 "볼턴만큼 미국을 전쟁으로 이끌 가능성이 큰 사람은 거의 없다"며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미묘한 상황에서 끔찍한 결정"이라고 했다. WP는 "트럼프가 자신의 외교·안보팀에 충돌과 혼돈을 가져올 결정을 했다"며 "볼턴의 북한에 대한 전쟁 옹호 발언은 이미 위험에 처해 있는 미·북 정상회담을 침몰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반(反)볼턴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 볼턴 발탁에 대해 "전시내각을 꾸렸다"고 반발하지만 공화당 강경파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볼턴 임명은) 미국의 적들에겐 안 좋은 소식이지만, 미국의 동맹국들엔 기쁜 소식"이라고 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훌륭한 일을 해낼 탁월한 선택"이라고 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볼턴이 트럼프 안보 라인의 '헨리 키신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키신저 전 NSC 보좌관이 사실상의 전권을 가지고 외교·안보를 끌어갔듯,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에 힘입어 자신의 스타일로 외교·안보 문제를 끌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6/2018032600286.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