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거침없이 진행될 조짐이다. 트럼프가 먼저 때렸고, 갓 즉위한 중국의 시황제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단 중국은 128개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주(26~30일) 주요 증시 이슈로 미국 조치에 대한 중국 대응을 꼽았다.

하지만 관세를 통한 무역분쟁은 실리가 없다. 각국 교역만 위축시킬 뿐이다. 두 사람 모두 이를 모를 리 없다. 이 때문에 두 사람 모두 극단으로 치닫는 척만 할 뿐, 결국에는 손을 맞잡을 것이라는 ‘행복회로’를 돌려보고자 한다. 참고로 행복회로란, 가상화폐나 잡주 투자자들이 그 어떤 이벤트(사건)라도 긍정적으로 해석해 호재로 인식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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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트럼프의 도발이 가짜라고 생각해보자. 관세 전쟁을 벌이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 초반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있다.

레이건은 신자유주의자임에도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빼 든다. 당시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 철강에 대한 우려감이 컸다. 취임하자마자 군사력을 무기로 일본에 자동차 수출량 자율제한을 요구한 데 이어 철강, 반도체, 섬유, 기계 등 44개 품목에 관세를 부과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되살려 ‘물의’를 빚은 국가안보와 관련한 통상법 232조도 당시엔 9차례나 가동됐다.

하지만 관세 전쟁은 미국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미국은 방향을 틀었고,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플라자합의는 프랑스와 독일, 일본, 영국, 그리고 미국 재무장관이 모여 달러 강세를 시정시킨 조치를 말한다. 플라자합의 체결 이후 2년간 달러 가치는 30% 이상 급락했고, 90년대 미국 제조업의 활황을 이끈다. 그리고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열어젖히게 된다. 이은택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레이건도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관세 전쟁부터 일으켰던 것”이라고 했다.

사실 무역적자 해소에 관세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도 알고 있을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 또한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중국 또한 적당한 시점에 미국을 달랠 것이라고 본다. 카드도 있다. 바로 천연가스(LNG) 수입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환경오염 해결을 위해 석유·석탄 대신 LNG 소비량을 늘리고 있다. 그리고 LNG를 수입하기 위한 최적지가 바로 미국이다.

중국에 우호적인 러시아 또한 LNG 생산국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LNG를 가져오려면 북극해를 넘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에 손을 내미는 상황이었다. 중국 CNPC는 미국 셰니어에너지와 2043년까지 매년 120만톤의 LNG를 수입한다는 계약을 체결해놓은 상황이다. 중국의 대미(對美) LNG 수입은 지난해 150만 톤이었다.

허진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냈다. 600억달러의 관세 부과라고 돼 있는데, 600억달러는 관세 총액이 아니라 관세 부과 대상 수입품 규모이며,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한 것만 봐도 (그전까지 미국은 WTO 무용론을 주장해왔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해서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다.

과연 두 나라 수장이 티격태격하다가 전격적으로 손을 맞잡을까. 트럼프가 북한에 취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전격 화해 가능성이 없을 것 같지는 않다. 자 그럼, 제발 이 행복회로대로 진행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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