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은 천안함이 북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爆沈)돼 해군 장병 46명이 숨진 지 8년이 되는 날이다. 구조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1명과 구조에 참가한 민간인 9명 등 모두 56명이 목숨을 잃은 참극이었다. 26일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해군 차원 추모식이 열린다. 앞서 23일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제2연평해전 등 북의 서해 도발로 희생된 장병을 합동으로 추모하기 위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처음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천안함 폭침을 잊은 듯한 행태가 속출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 주범(主犯)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평창올림픽 기간 국빈급 대우를 받으며 한국을 휘젓고 다녔다. 김영철을 위한 임시 열차를 편성하느라 일반 열차는 10여분씩 연착됐다. 김영철이 온 계기로 인터넷에선 천안함 '괴담 세력'이 다시 나타나 거짓을 퍼뜨리려 시도하고 있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처럼 거짓 방송이 등장할 것이란 얘기도 나돈다.

북은 이명박 정부에서 식량 등 대북 지원을 받기 위해 천안함 공격을 인정·사과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이번 김영철 방한 때도 우리 사회에서 '김영철 폭침 주범' 규탄이 크게 일어났는데도 제대로 한마디 항의도 하지 않았다. 정말 북이 저지른 짓이 아니라면 이렇게 조용히 있겠나.

문재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후 5년 만에 '북한 소행'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좌파 세력들은 온갖 괴담(怪談)과 가짜 뉴스를 퍼뜨려 나라를 혼란에 빠트렸다. 황당한 음모론은 자식과 남편을 국가에 바친 유족들 가슴을 후벼 팠다.

천안함 유족들은 "김영철이 남한 땅을 밟기 전에 유족에게는 한마디 양해도 먼저 구하지 않았다" "민주화·세월호 관련 행사에는 그토록 많이 참석하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천안함 유족들은 별도로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 생명과 영토를 지키려다 순직한 군인과 유족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국가라면 어떤 군인이 유사시 목숨을 던지려 하겠나.

지금 다시 천안함 괴담이 나돌 조짐을 보이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이다. 설사 북이 정말로 비핵화를 하고 남북 관계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천안함 폭침의 진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문에 취임 후 첫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귀국 후 직접 천안함 유족들 손을 잡고 천안함 괴담을 막았으면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5/20180325019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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