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라인이 대북 초강경파로 채워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대북 선제공격을 주장해 온 존 볼턴(69) 전 유엔 주재 미 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앞서 13일에는 대북 대화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임하고 북한 정권 교체를 주장해 온 마이크 폼페이오(54)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후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2개월여 앞두고 미국 외교·안보 라인이 대북 강경론자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미 언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강경파를 전진 배치한 것은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역대 그 어느 백악관보다 가장 매파적인 국가안보팀이 탄생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란과 관련해 민감한 시점에 외교정책에서 더 대립적인 접근법을 택했다는 신호”라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볼턴 기용으로 미·북 대화 준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 대북 군사 행동 주장한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발탁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30분쯤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2018년 4월 9일자로 볼턴이 나의 새로운 NSC 보좌관이 된다”고 밝혔다. 볼턴은 허버트 맥매스터 현 NSC 보좌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NSC 보좌관이 된다. NSC 보좌관직은 상원 인준이 필요 없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충돌을 빚으며 교체설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란·북한 정책에서 견해 차이가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 보좌관을 경질하면서 틸러슨 장관 해임 때와는 달리 굴욕적이지 않은 방식을 썼다. 틸러슨 장관은 13일 사전 통보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해임 사실을 알았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 대사. /블룸버그


백악관은 “대통령과 맥매스터 보좌관이 맥매스터의 사퇴를 오랫동안 상의했으며 이번 결정에 서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사전 합의에 따른 교체일 뿐, 해임된 게 아니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통해 낸 별도 성명에서 “맥매스터는 ‘미국 우선 국가안보전략’ 수립, 중동 동맹 활성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IS) 격퇴, 북한을 테이블로 끌어내기, 미국 번영 강화에 기여했다”고 했다. 맥매스터 보좌관도 성명을 내고 “NSC 보좌관으로서 대통령과 국가를 위해 봉직할 기회를 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백악관의 새 안보 사령탑이 된 볼턴 전 대사는 최근 폭스뉴스 등 보수 성향 방송에서 논평가로 활동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을 조언해 왔다. 그는 방송 출연과 언론 기고문을 통해 대북 선제공격이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은 시간 낭비라는 견해를 줄곧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후에는 강경 기조가 다소 누그러졌다.

하지만 미국이 대북 군사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접지는 않았다. 그는 20일 공개된 미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북 정상회담에서 협상이 실패할 경우 다음 옵션으로 군사 행동은 매우 위험하지만 더 위험한 것은 북한이 핵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2001~2005), UN 주재 미 대사(2005~2006)로 근무했다. 그는 2003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결정을 주도했으며 이란·러시아에 대해서도 강경 노선을 취해 왔다.

강경 외교 노선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후 볼턴을 국무부 차관에 기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일부 양당 의원들의 반대로 상원 인준 가능성이 희박해 발탁이 무산됐다. 이번 NSC 보좌관 임명에 대해서도 의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크리스토퍼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델라웨어주) 은 “이란과 북한에 대한 볼턴의 입장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며 위험하다”고 평했다.

볼턴이 NSC 보좌관으로 기용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을 만나 협상에 나서되, 북한 비핵화를 관철시킨다는 의지가 크다는 것이다. 현재 백악관에서는 매슈 포팅어 NSC 아시아 담당 선임 디렉터가 정상회담 준비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팀이 미국의 힘을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성향에 맞는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8년 3월 1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블룸버그


◇ 대북 초강경파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 대북 ‘압박 대화’ 주도 전망

폼페이오 CIA 국장은 상원이 인준하면 미·북 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진두지휘한다. 상원 인준 청문회는 다음 달 12일 열릴 예정이다. 현재 존 설리번 국무부 차관이 국무장관 대행을 맡고 있다.

폼페이오 국장은 4선(2010~2016)의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드가 맞는 폼페이오를 CIA 국장으로 발탁했다.

폼페이오 국장은 미·북 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북한과 물밑 접촉을 주도했다. 한국 국정원과도 직접 접촉하며 남북 대화와 미·북 대화를 조율했다. 대북 정책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잃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배제된 가운데, 폼페이오 국장은 백악관과 CIA를 오가며 미·북 접촉을 지휘했다. 지난해 5월에는 CIA에 북한 전담 조직 ‘코리아 임무 센터(KMC)’를 만들었다. 그가 국무장관에 취임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대북 ‘압박 대화’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 안에서도 가장 강도가 높은 대북 강경론자다. 그는 지난해 7월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열린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북핵의 가장 위험한 부분은 핵 통제권을 가진 사람이다. 행정부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이 둘, 즉 핵능력과 이를 쓸 의향을 가진 사람을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폼페이오 국장의 CIA 경력은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외교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을 다루는 법이나 복잡한 협상법을 조언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 북 정책은 앞으로 볼턴 NSC 신임 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 지나 하스펠 CIA 국장 지명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공조로 펼쳐진다. 한국 정부와의 대북 공조에 필수인 주한 미국대사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월터 샤프 전 주한 미군 사령관과 제임스 서먼 전 주한 미군 사령관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3/20180323015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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