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이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 “아베 총리는 김 위원장이 일본인 납북 문제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며 “북한은 ‘평양 선언’을 이행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회담을 통해 이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평양 선언은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방북해 발표한 것으로, 일본과 북한의 국교정상화와 경제협력 추진이 핵심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년 3월 14일 일본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블룸버그


그동안 대북 압박을 강조하던 일본 정부가 대화 제의에 나선 것은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일본과 북한의 정상회담은 고이즈미 전 총리가 2004년 5월 평양을 재방문해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이 마지막이다.

일본은 특히 일본인 납북 문제가 뒷전이 될 수 있다는 조바심에 한국과 미국을 통해 북한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보다는 직접 만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달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강경화 외교장관과 각각 만난 자리에서 북일 정상회담 희망 의사를 북한 측에 전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앞서 북한 정부는 13명의 일본인을 납치했으며 그 중 8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북한은 방문 목적으로 납북 일본인 5명을 일본에 보냈으나, 일본 정부가 이들의 영주귀국을 결정하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틀어지기 시작했다. 일본은 현재 본국으로 귀환한 이들의 북한 잔류 가족 송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북한은 “일본인 납북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다음달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다만 일본이 그동안 대북 압박에 목소리를 높여온 만큼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에 응할지는 불확실하다. 아베 총리의 경우 수차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소식 통에 따르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아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양국의 국교정상화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 소식통은 “당시 아베 총리의 국교정상화 언급은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의사를 시사했다”며 “북한 측도 그렇게 받아들였고, 김 위원장에게도 일본의 회담 희망 의사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2/201803220097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