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유럽연합(EU)에 철강 관세 폭탄 면제 조건으로 5가지를 내걸었다. 그중 3가지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사실상 '반중(反中) 통상 동맹'이다. 미국 편에 서서 동맹에 참여할 것이냐, 아니면 관세 폭탄을 얻어맞을 것이냐를 선택하라는 압력이다. 미국이 무차별 철강 관세 부과를 결정했을 때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려고 한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트럼프의 계산은 세계가 반중 동맹에 동참하도록 만들려는 것이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세계 최대 무역 흑자국인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안보만이 아니라 통상에서도 중국을 상대로 연합 전선을 펼치겠다는 전략이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이미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캐나다·멕시코·호주는 선택을 한 셈이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이 질문은 조만간 우리에게도 던질 것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미국은 철강 관세 부과를 시작하는 23일 중국을 상대로 600억달러(약 64조원) 규모의 관세 전쟁도 벌일 것이라고 한다. 지식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아 100종이 넘는 중국 제품에 일종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의 미국 첨단 기업 투자 제한, 중국인 비자 발급 축소 등의 조치까지 포함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중국국부펀드(CIC)는 최근 미국 관련 투자를 정리할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산 항공기 등에 보복 관세를 매길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중·미 무역 전쟁에 승자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도 피해를 볼 것이란 경고다.

중국도 앞으로 우군을 규합해 통상 반미(反美) 전선을 만들기 위해 각국에 압박을 가할 것이다. 중국 처지에서 커다란 무역 대상국 중 하나인 한국이 표적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매우 크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넘는다.

우리 국가 전략은 그동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북한 핵 문제를 머리에 이고 있는 나라가 미·중 통상 전쟁의 틈바구니에까지 끼이게 된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중과 단독으로 마주 앉는 자리를 줄여야 선택을 강요받는 일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미·중 두 나라와 1대1 협상보다는 WTO, G20 등 다자간 협상 시스템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미국과 협력하려면 미국이 복귀를 검토하는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속도를 내야 한 다. 우리는 CPTPP 회원국 대부분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결정한다"고 하는데, 서둘러야 한다. 중국과 마찰이 생겨 제2의 보복이 닥치는 것도 피해 가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 무역 전쟁은 최악 위기다. 정부와 기업 모두가 할 일을 제때에 제대로 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1/20180321036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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