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 대사는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북한 핵폐기를 위해 군사 행동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0일 보도했다. 그는 “누구도 군사 행동을 원치는 않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며 군사 행동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전망을 내놨다. 볼턴 전 대사는 대북 선제공격을 주장해 온 대북 강경파로, 백악관 차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볼턴 전 대사는 RFA와 인터뷰에서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면 미국의 다음 옵션은 군사 행동이라는 전망과 관련, “나는 북한 핵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해 군사 행동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누구도 군사 행동을 원하지 않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하는 것도 실수”라며 “북한은 지난 25년간 미국과 서방 국가를 바이올린처럼 다뤘고, 운반 가능한 핵무기 개발에 이 시간을 썼다”고 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년의 실패를 물려받은 상황에서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고 다른 길도 없기 때문에 그에게 다른 매력적인 선택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군사 행동에는 여러 문제가 있고 한국 정부는 군사 행동에 반대한다’는 질문에 “아무도 군사적 무력을 원치 않지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핵무기를 가진 북한 정권을 보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북한 핵무기가 전 세계로 판매될 가능성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군사 행동은 매우 위험하지만 더 위험한 것은 북한이 핵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폭스뉴스

볼턴 전 대사는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서는 “전례 없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진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핵무기, 탄도미사일 개발의 마지막 완성을 위해 시간을 벌려고 하는지가 핵심”이라며 “북한이 그런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매우 짧은 회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이중적 행태에 익숙하기 때문에 북한 정권에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볼턴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 가능성 없이 북한과 대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며, 회담이 시작되면 북한이 진지하게 회담에 임하는지, 단지 게임을 하는 것인지 초반부터 알아챌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이라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볼턴 전 대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나선 의도를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냐’는 질문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제의를 받아들일 거라 실제 기대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정상회담이 결정된 후에도 북한으로부터 공식적인 반응이나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25년간 합의와 위반을 반복해 온 북한이 시간을 벌려고 했을 뿐 미·북 정상회담을 진지하게 제안했을 것이란 점은 회의적이지만, 북한이 회담에 얼마나 진지하게 나설지 5월까지 지켜보자”고 했다.

볼턴 전 대사는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13~14년 전 리비아의 핵무기를 폐기한 수준의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 테네시 주 오크리지의 안보단지 창고에 리비아의 핵 시설물을 보관하는 것과 비슷한 협상을 해야 한다”며 “그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 회담은 북한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운반 가능한 핵무기 완성을 위한 위장술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대해 ‘대북 현실주의자’라고 평했다. 그는 “북한은 수년간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했다고 여러 번 약속했지만 이를 위반하고 25년간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북한이 행동을 바꿀 것이란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며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빨리 취임해 국무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1/20180321006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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