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시작하는 한·미 연례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에 예상대로 미 항공모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대부분이 오지 않고 독수리 훈련 기간도 예년의 절반 수준인 한 달로 줄어들었다.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태에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유지를 위해 훈련을 축소 조정한 것이다.

1976년 팀 스피리트 이래 한·미 연합훈련을 건너뛴 것은 1992년 딱 한 차례였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 대신 한·미는 한·미 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이 1993년 초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자 그해부터 다시 훈련이 재개됐다. 이후 미·북이 제네바 합의를 체결하고 북한이 핵 동결을 한 상황에서도 연합훈련은 계속됐다. 북한이 핵 포기를 말이 아닌 구체적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한 연합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 한·미의 확고한 공감대였다.

한·미 연합훈련은 한미연합사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와 더불어 동맹 체제를 떠받치는 세 기둥 중 하나다. 연합훈련에는 한반도 유사시 해외에서 증원되는 미군 병력들도 참여한다. 이들 증원 병력은 연례 훈련을 건너뛰면 자신의 임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시 상황을 맞을 위험이 있다. 전임 한미연합사령관들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자고 하면 한·미 동맹을 깨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대북 특사단에게 밝혔다는 비핵화 의지가 진심이라고 해도 실제 핵 폐기까지는 길고 긴 과정이 남아 있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및 물질, 시설을 신고하고, 그 신고가 맞는지 IAEA의 사찰을 받은 뒤, 핵 폐기 절차에 들어가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는지를 모두 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언제 북한이 변심할지 알 수 없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이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다. 그래서 핵 폐기 과정에 있는 북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분위기 조성용으로 써버릴 카드가 아니다. 북한의 핵 포기가 돌이킬 수 없게 된 마지막 단계에서 교환하는 용도가 돼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0/20180320032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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