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격동의 봄'] 北과 협상해봤던 美관료들 조언
 

"북한 협상팀이 우리(미국)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안경을 벗거나 노트북을 닫고 펜을 옆에 내려놓는다. 그들이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는 경우는 드물다."

1989~2002년 미국의 각종 대북 협상에 참여했던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 기고에서 이같이 말했다.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내에선 과거 북한과 직접 접촉해 본 전직 관료들이 잇따라 경험담을 토대로 조언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체로 대화 국면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자신들의 경험상 "가시적인 대화 성과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990년대 북한 경수로 사업을 추진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미첼 리스 전 미 국무부 정책실장은 최근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비핵화 검증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관한 메시지를 과거 수십 년간 들어왔다"며 북한이 비핵화 전제 조건으로 '한·미 동맹 파기'까지 언급했었다는 점을 들었다.

북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북한의 금창리 지하시설 의혹이 불거진 1998년 이후 북한 외무성을 접촉했던 에번스 리비어 전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말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은 과거에도 '무기 감축에 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해왔다"고 했다.

2010년 11월 북한 영변을 찾아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인한 '북핵 전문가' 지크프리트 헤커 박사는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단순히 '핵·경제 병진 노선' 실천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핵개발이 충분히 이뤄졌 기 때문에 경제 발전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이를 위해서는 워싱턴을 통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협상의 '어려움'보다 '필요성'에 무게를 두는 목소리도 나온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대사는 "북한의 핵무기를 모두 검증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협상이 필요 없다고 결론 내려선 안 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20/20180320003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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