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 글지기 대표
양해원 글지기 대표

200g짜리 쌈장이 950원. 500g이면 얼추 2500원 안짝이겠지. 웬걸, 64%나 비싼 3900원이다. 할인점 가면 이렇게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정도 차이는 있으되, 일부 과자나 국수도 양이 많을수록 값을 더 받는다. 옳아, 추가(追加)한다고 뭐든 좋은 게 아니로군. 이런 생각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말이 겹친다.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을 별도로 추가적으로 갖고 있다." '입장(立場)'부터 아리송하지만 이미 얘기한 바 있으니 제쳐놓자. '추가적으로'가 무슨 뜻일까? 낱말 뜻을 곧이곧대로 갖다 붙이면 '나중에 더 보탤 입장이 따로 있다'쯤 된다. 짐작건대 미국에 전할 북한의 제안이 알려진 것 말고 더 있음이렷다. 그럼 '북한의 제안이 더(따로) 있다' 하면 될 것을. 어울리지 않는 '추가'를 쓰는 바람에 알쏭달쏭한 말이 돼버렸다. 차라리 그 말을 뺐더라면.

난데없는 '추가'가 왜 이리도 많은지. 방송 자막에 이런 게 있었다. '소방 당국 "추가 사망·부상 없어".' 추가는 주체가 있고 의지가 있어야 할진대 사망·부상을 어찌 보탠다 하는지. '사망·부상(자) 더 없어' 해야 옳다. 비슷한 뉴스를 들어보자. '사고 현장에서 추가 생존자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생존을 추가하다니, 또한 얼토당토않다. '생존자는 더(추가) 발견하지 못했'겠지. 아래에 추가하는 보기 역시 의미를 잘못 알았거나 어순(語順)을 거꾸로 한 결과다.

'이번 사건을 처음 폭로한 시민 단체가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아마 '의혹을 추가(새로) 제기'한 모양이다. '수일 내 또 비가 올 것으로 예보돼 추가 산사태가 우려된다'도 '새로운 산사태가 우려된다'거나 '또 산사태가 날까 우려된다' 해야 말이 된다.

자고 나면 까발려지는 '권력형 성범죄'에 세상이 뒤숭숭하다. 개나 고양이도 '반려(伴侶·짝이 되는 동무)' 삼고 떠받드는 판에. 다 우리 자식이요, 누이요, 동료요, 이웃한테 몹쓸 짓 한 사람들 죗값이야말로 추가합시다, 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5/20180315029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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