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 스파이 출신 영국 망명자에 암살 시도를 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영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각) “영국이 러시아에 대해 제재 결정을 내린 것은 비극적”이라고 말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BBC

영국 정부는 이날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父女)에 대한 영국 내 암살 시도 사건 책임이 러시아 정부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스파이 활동에 연루된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러시아 자산 동결, 러시아 월드컵 불참, 영·러 간 일체의 고위급 회담 중단 등 제재 조치를 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강력히 항의했다. 영국 주재 러 대사관은 성명서를 내고 “메이 총리의 조치들은 적대적 행위이며, 부당하고 정당하지 못하다”며 “러·영 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은 영국의 정치적 리더십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러 외무부는 “메이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독살 시도 거짓 명분 하에 테리사 발표한 대러시아 제재 조치에 관한 성명은 유례없는 도발“이라며 "이는 양국 간의 정상적인 대화를 불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영국은 정치를 위해 화학 무기에 관한 국제 협정을 무시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영국이 화학무기금지협약(CWC)를 토대로 명확한 조사를 요구하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출신 영국 망명자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는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앞 벤치에서 독극물에 중독돼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이번에 검출된 독극물 ‘노비촉’은 지난해 북한이 김정남을 독살하는 데 사용한 ‘VX’보다 5~8배가량 독성이 강한 신경작용제 화학무기로 옛 소련에서 개발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14일 스파이 활동에 연루된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등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는 이번 독살 사건 이후 영국이 러시아를 겨냥한 첫 경고다. 메이 총리는 일주일 안으로 23명의 러시아 외교관들이 영국을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타임스는 외교관 추방 조치는 냉전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의 외교관을 추방하는 사례라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5/20180315005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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