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은 13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경질 이유에 대해 "이란 핵 협상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나와 의견이 달랐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나와 사고방식이 같다"고 했다. 2015년 미국을 포함한 6개국이 이란을 상대로 체결한 핵 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은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보다 훨씬 엄격한 비핵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핵 사찰을 받고 있다"고 했고 미국을 제외한 협상 파트너들은 이란의 협정 이행에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이 "미국의 수치"라며 파기 입장을 밝혀 왔다. 이란이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 내정자가 바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이란 핵협정이 갱신되는 시점은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된 5월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든 하지 않든 핵 금지선을 넘은 북한과의 핵 협상은 최소한 이란보다는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선택한 것은 북핵에 대한 생각이 자신과 같은 그에게 회담 준비를 맡기겠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CIA 국장으로서 매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보 보고를 해왔다. 그날 핵심적인 3건의 정보 보고 중 북한 관련이 늘 한 건 이상이었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작년 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탑재 미사일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시한이 몇 달 남지 않았다"고 보고했고 얼마 전 "그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나의 최대 과제"라고 했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기본적으로 협상을 통해 북핵을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가졌다고 한다. 북한과의 25년 핵 협상사(史)를 돌이켜보면 누구든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폼페이오의 등장은 김정은의 속임수가 통할 가능성이 줄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미·북 협상이 결렬될 경우 트럼프·폼페이오 팀 이 곧바로 마지막 수단을 꺼내들 가능성은 부담이다. 결국 김정은이 어떤 핵 폐기 카드를 꺼내느냐에 달렸다. 교묘한 눈가림으로 대북 제재에서 벗어나 보겠다면 잠시 한국민과 미국을 속일 수는 있어도 결국 파국에 이를 것이다. 낙관해서도 안 되지만 비관할 것도 없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미·북 정상회담에 대비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4/20180314034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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