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격동의 봄'] 열흘간 김정은·트럼프·시진핑 만나 '정상회담 다리' 역할

文대통령이 트럼프와 통화 직전… 鄭, 특사 계획 알리도록 건의
작년 사드 갈등 한창일때도 鄭, 맥매스터 집 찾아가 조율

대화 국면 가속도에 심적 부담 "말보다는 결과로 이야기할 것"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 백악관을 찾았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 백악관을 찾았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남북, 미·북 정상회담 성사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열흘간 북·미·중·러를 아우르는 북핵 특사 역할을 마무리한 것이다. 정 실장은 지난 5일 이후 대북(對北) 수석특사로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북·미·중 3개국 정상을 잇따라 면담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단번에 동북아 외교·안보 '키 메신저(key messenger)'로 떠올랐다.

열흘 내에 3개국 정상을 모두 만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등 'G2'(세계 주요 2개국) 정상이 그가 가지고 온 '메시지'를 듣기 위해 직접 만나 귀를 기울였다"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입증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관 출신인 정 실장은 지난 대선 문 대통령 캠프 외교자문단인 '국민 아그레망' 단장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미·중·일·러 정상들과 통화할 때 바로 옆에 배석했다.

그동안 정 실장은 대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통상 분야에서 주로 일했고 친문 그룹 내 입지도 상대적으로 약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나 임종석 비서실장에 비해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 도발이 끊이지 않자 야권(野圈)에선 정 실장을 포함한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사드 발사대 배치 결정이 난 지난해 8~9월엔 친문 진영 일각에서 '안보실이 지나치게 미국 입장에 기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정 실장이 북핵 국면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것은 '미국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실장은 그간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수시로 통화를 해왔다. 여권 일각의 '친미(親美) 성향' 비판을 감수하면서 한·미 간 소통과 미·북 대화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주변에 "말보다는 결과로 이야기하겠다"고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용(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3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외무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어제는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만나고 - 정의용(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3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외무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의 '사드 배치 진상 조사' 지시로 한·미 관계가 삐걱거릴 때 정 실장은 극비리에 방미해 맥매스터 보좌관 집으로 찾아갔고 심야까지 6시간에 걸쳐 한국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북 특사 파견'을 사전에 알린 것도 정 실장의 건의가 작용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그 계획을 맥매스터 보좌관과 미리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 등 김정은의 제안이 모두 정 실장 입을 통해 공개된 만큼, 정 실장이 느끼는 부담감도 상당하다고 한다. 비핵화 의지를 밝힌 북한이 이후 이를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이 자신에게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5/20180315002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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