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격동의 봄']

美北 밀착하는 상황 방관 안할 듯
北中관계, 장성택 처형 후 최악… 한국 통해 북한 생각 듣는 상황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수뇌부가 12일 양회(兩會)로 정신없는 중에도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난 것은 최근 남북, 미·북 정상회담 합의와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구상을 직접 듣지 못하고 한국을 통해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대형 외교 이벤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한 것은 과거 '혈맹'을 과시하던 때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정일 시절 원만했던 북·중 관계는 김정은 집권 이후 삐걱대기 시작했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 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조짐이 보이자 특사를 보내 발사를 만류했지만, 북한은 특사가 돌아가자마자 장거리 미사일을 쐈다. 두 달 뒤에는 3차 핵실험까지 강행해 시진핑의 체면을 구기게 했다. 중국은 이에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087·2094호에 연속 동참했다.

이후 2013년 말 북한의 대표적 친중파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처형되면서 양국 관계는 더 악화됐다. 북한은 2016년 2월에도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작년 2월에는 중국이 보호해온 김정남(김정은 이복형)을 암살했다.

결국 중국은 미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 정책에 부분적으로 동참하며 대북 경제 제재 수위를 높였다. 작년 4월 중국 관영매체들이 '추가 도발 시 원유 공급 중단'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용인' 등 초강경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자 북한 관영매체들이 "중국과의 친선이 아무리 소중해도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다"고 하는 등 설전도 벌어졌다. 작년 11월 시진핑의 특사로 방북한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평양에 3박 4일 체류했지만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북·중 관계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중국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으로선 한국의 '중매'로 북·미가 밀착하는 상황을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고위급 특사 파견을 통해 동면 상태인 북한과의 전통적 '당대당(黨對黨) 외교'를 복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중 정상회담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1차 남북 정상회담 직전인 2000년 5월 말에도 베이징에서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3/20180313003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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