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말'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그의 유년시절의 자서전 '말(Les Mots)'에서 "유년기가 일생을 결정한다"고 단언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주입받은 관념과 심어진 공감·혐오의 감정이 얼마나 두고두고 우리 의식과 감정을 지배하는가를 우리는 모두 체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 세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읽은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들어와서 우리 백성을 헐벗음에서 구한 문익점 선생의 애민 정신, 영산강에 횟가루를 풀어서 왜군에게 우리의 병력을 과대평가하게 한 이순신 장군의 지혜를 일생 마음의 등불 삼아 살아왔다.

좌파들의 소행 중에서 내가 제일 용서하지 못할 것이 교과서 왜곡이다. 우리의 티 없는 새싹들에게 우리나라, 우리 국민이 이룬 눈부신, 세계가 경탄하는 발전과 성취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대신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나라, 기회주의가 판치고 불의가 지배하는 나라로 인식하게 하다니. 천벌을 받을 인간이 있다면 바로 이런 인간들이 아닌가.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제 국민 잡아먹는 강제수용소 왕국 북조선을 한국민의 진정한 조국으로 동경하게 만들다니.

반만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우리 민족이 기(氣) 펴고 살고, 세계 어디를 가도 당당하게 되었는데 우리의 다음 세대가 우리나라를 죄악시하고 번영을 이루어 낸 부모, 조부모 세대를 경원하게 되면 우리의 축복이 저주가 되고 만다.

가장 많은 학교에서 채택되었던 금성사 교과서는 남한에 대해서는 '독재'라는 말을 13번 쓴 대신에 북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남한이 '독재국가'라면 4·19 혁명이 나자 '독재자' 이승만이 하야했겠으며, 6월 혁명이 가능했겠으며 작금에 SNS를 뒤덮은 무제한의 의사 표현이 가능했겠으며 노조의 특권세력화, 양심적 병역거부 같은 것이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북한에서 100만이 참가하는 촛불시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만약 일어난다면 인구의 반(半)은 사살되지 않았겠는가?

우리 어린이들이 임진왜란보다 동학이, 대한민국보다 김씨 왕조가,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보다 전태일이 더 비중 있게 다뤄지고 기독교는 3쪽에 걸쳐서, 그러나 이슬람교는 15쪽에 걸쳐서 13장의 사원 사진과 함께 소개되는 해괴한 국사교과서에 마음이 병들고 비꼬이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 귀한 자식들을 이 독극물에서 구하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2/20180312028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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