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미북 회담 추진’ 비판에 폼페이오·므누신, 트럼프 옹호

미국 주요 언론이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과 관련해, 미 정부 관료와 정보기관 수장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미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한 내부 논의 없이 보여주기식 미북 정상회담을 결정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1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연극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폼페이오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하고 결정을 내렸다”며 “그동안 그의 공격적인 대북 발언들은 충동적이기보다 계산된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미사일 실험이 중단됐다는 검증가능하고 완전한 증거를 제공하기 전까지 미 행정부는 북한에 제재 완화 등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가 이 정도로 위험에 빠지고 압박에 시달리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비핵화를 조건으로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북 정상회담 개최의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NBC방송에서 북한과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임 정권들과 다르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테이블에 앉아 (비핵화)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지 시도하는 것”이라며 “제재는 계속되며 방위태세도 똑같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정상회담의 조건을 두고) 혼선이 있어선 안 된다”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에 나선 상황을 맞았지만, 최대 압박 캠페인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가 여전히 미국이 추구하는 정책인가’라는 질문에 “틀림없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걸 매우 분명히 해왔다. 그것이 우리가 이뤄내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중동 순방에 나선 매티스 장관은 이날 오만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 대해서 일절 말하고 싶지 않다”며 “그만큼 예민한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발언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매우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주요 언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미북 정상회담에 우려를 표시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일 ‘북한과 협상하는 것은 옳지만, 계획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실패 확률만 높인다”고 말했다. 이 어 “비핵화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은 독재자에게 상을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놀라운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 세계 질서의 전략적 패배로 귀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두 지도자의 회담은 대박을 칠 가능성이 있지만, 실패로 무너질 수도 있다”며 졸속 회담이 될 가능성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