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격동의 봄']

노동신문 "美, 이라크 오랜 제재 뒤 군사적 침공으로 짓뭉개놔"
'남북 3·5합의'에도 침묵… 조선신보, 회담기사 하루 만에 삭제

"김정은, 美 제재 계속되자 실망"
일부선 '북한 대내용' 관측… 비핵화 대화 쉽지 않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북한 관영 매체들은 60여 시간이 경과한 11일 밤까지도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했다는 이른바 '3·5 합의'에 대해서도 1주일 가까이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육성(肉聲)'으로 간주되는 노동신문은 '이라크 사태'까지 언급하며 미국의 침공 가능성을 경계했다.

◇美 "제재 유지", 北 "허용 못 해"

노동신문은 10일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논평을 게재했다. 고강도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신문은 "미국의 시대착오적이며 과대망상적인 행태가 이제는 도를 넘어섰다"며 "강권과 전횡을 부리며 말 그대로 세계의 제왕처럼 놀아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2 이라크 사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이 이라크에 오랜 기간 제재를 가하다가 나중에는 군사적 침공(2003년)으로 짓뭉개 놓았다. 그들은 우리나라(북)에도 그 수법을 적용해보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를 고립·질식시켜 무력하게 만든 다음 쉽사리 타고 앉으려 하고 있다"며 "제재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에는 매우 거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란 폭언을 줴쳐댔다"고 했다.
 

실제 미국은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 고강도 경제 제재를 하고 이라크해방법 등으로 인권 문제를 부각했다. 북의 이라크 사례 언급은 미국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위 탈북자 A씨는 "북한이 이라크 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핵이 없으면 사담 후세인처럼 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핵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언급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은 모호한 비핵화 언급과 함께 정상회담 카드를 던지며 어느 정도 제재의 이완을 기대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미국이 정상회담을 수용하면서도 '비핵화 때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하자 다소 당황·실망한 것 같다"고 했다.

일부에선 북 대내용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민들에게 '동방의 핵 강국'임을 선전해온 북한이 지금 와서 갑자기 한·미와 비핵화를 논의한다는 사실을 밝히기 어려울 거란 얘기다. 또 극적인 상황 반전 효과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길어지는 북의 침묵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수락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0일 '일정에 오른 조·미 수뇌회담, 전쟁 소동의 종식과 평화 담판의 시작'이란 기사를 게재했지만 하루 만에 전문을 삭제했다.

북 매체들은 남북 정상회담, 비핵화 의지, 미사일 발사 유예, 한·미 연합훈련 이해 등 김정은이 우리 대북 특사단에 직접 밝혔다는 '3·5 합의'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언급이 지금까지 북이 선전한 내용과 정반대라 교통정리 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에도 "핵무력은 정의의 보검" "100년이 지나도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했다. 향후 남북, 미·북 간 비핵화 대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2/20180312003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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