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월 안에 만날 것이라는 소식에 대해 외신들은 ‘역사적 순간’ ‘매우 놀라운 발표’라고 평가하며 관련 내용을 긴급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고 분석하면서, 과거 핵협상 실패를 언급하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북미 관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놀라움을 표했했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은 ‘길고 느린’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조선DB

미국을 방문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만남 요청’ 메시지를 전달한 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5월중으로 김정은을 면담하길 바란다고 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면담 제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 WP “고집세고 특이한 지도자들…양국 관계 큰 진전 기대”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를 내세워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는 대담한 외교 제안을 했고, 이는 서로에게 전쟁 위협을 가하던 고집이 세고 특이한 양국의 지도자들이 모이도록 만들었다”며 “서로를 ‘작은 로켓맨’, ‘미치광이’라고 불렀던 두 지도자가 만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번 회담으로 양국 관계는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또 “김정은이 갑작스레 회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대북제재가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군사공격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이미 핵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고, 김정은은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준비가 됐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 NYT “평화 위한 한국 노력의 일환”…빅터 차 “정상회담 실패하면 전쟁 위험”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사절들이 북한에 이어 미국을 방문한 것은 미·북 사이의 교착 상태를 완화하고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전했다. 매체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군사 작전을 강화하는데도 계속해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왔다”며 “한국은 지난달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완화된 남북간 분위기를 활용해 미·북 대화를 중재하고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을 피하기를 바랐다”고 했다.

빅터 차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NYT 기고글에서 “정상회담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모든 당사국의 외교적 노력이 불가능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북한 문제를 해결할 길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며 “별난 지도자들의 극적인 외교 행위는 오히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WSJ “역사적 기회…외교 돌파구”

월스트리트저널(WS)은 “이번 발표는 한국전쟁이 끝난 뒤 지난 60년간 이어진 양국의 대치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면서 “과거 핵협상을 위한 노력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이번 회담으로 다시 한번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 AP “전쟁 두려움 해소 기회”

AP통신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이는 미국 현직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의 첫 만남”이라면서 “북한이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요청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는 어렵고 긴 과정이 되겠지만, 이번 협상은 미국 본토에 위협을 가하는 전쟁의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악시오스 “미·북 협상 역사 고려할 때 신중함 요구”

인터넷 정치 매체 악시오스는 “김 위원장이 회의를 제안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이를 받아들인 것은 매우 놀라운 발표”이라며 “불과 몇달 전만 해도 양국 지도자들은 서로 핵전쟁 위협을 가했다”이라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는 매우 위험한 움직임”이라면서 “미·북간 협상의 역사를 고려할 때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 가디언 “백악관, 긴 협상 각오해야”

가디언은 한반도 전문가 5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백악관이 긴 협상을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니 타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만남을 제안한 것은 충격적이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동의한 것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타운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핵, 미사일 실험 억제, 우주 발사체 개발 유예, 핵분열 물질 생산 중단, 사찰관의 입국 허용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 연구소 연구원은 “김정은은 핵무기를 개발해 미국 대통령을 평양에 방문토록 유도하는 시나리오를 사실상 완료했다”며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하지만, 큰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드라 벨 전 미 국무부 핵 정책고문은 “김정은을 신뢰할 이유가 없지만, 처참한 갈등은 피해야 한다”며 “이번 제안을 신중한 낙관주의와 현실적인 단기 목표를 갖고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 전 고문은 “이 제안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며 “실효성있는 핵협상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백악관은 길고 느린 협상을 견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민타로 오바 전 미 국무부 한일담당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고할 말은 다음과 같다. 비핵화와 평화에 더 가까워질수록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짓고, 어떤 가능성도 열어두라”며 “그러나 믿을만 한 외교 전문가들과 논의하기 전 어떤 것에도 동의하거나 결정을 내리지 말라”고 말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연구원은 “북한은 핵무기 포기 대가로 미군의 한국 철수나 한미 동맹 종식 등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며 “아울러 비핵화 감시나 검증 측면에 충분한 보증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비핵화 동의에 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9/2018030901933.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