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가 경색되거나 반대로 해빙 무드를 탈 때마다 주식시장에서는 ‘남북 경제협력주(株)’가 주목을 받는다. 남북 경협주는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거나 대북 관련 사업을 하는 종목들을 일컫는다. 북한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이들 종목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등락을 거듭한다.

대북 특별사절단이 북한을 방문하고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한반도에 훈풍이 불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남북 경협주가 증시 전면에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제 기업 성과와는 무관하게 막연한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내리는 일이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달 5일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대북특사와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달 5일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대북특사와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남북 이슈 터질 때마다 경협주 ‘급등락’

이달 5~6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도착 직후인 6일 오후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의제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마련한 ‘10·4 합의’가 근간이 될 전망이다. 10·4 합의에는 개성공단 2단계 착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등이 포함돼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11년 만에 열린다는 소식에 경협주는 요동쳤다. 다음날인 7일 코스닥시장에서 재영솔루텍 (3,405원▲ 350 11.46%)은 가격제한폭(30.0%)까지 오른 3055원에 장을 마쳤다. 재영솔루텍은 개성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같은 날 제이에스티나 (8,960원▼ 200 -2.18%)(옛 로만손) 주가도 전거래일보다 29.93%(2110원) 상승한 9160원에 마감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개성공단 설비를 활용해 손목시계를 생산한다. 대북 송전 관련주로 꼽히는 제룡전기 (11,400원▲ 2,230 24.32%)와 선도전기 (4,810원▲ 55 1.16%)역시 29% 이상 치솟으며 상한가를 갈아치웠다.

이같은 상황은 과거에도 수없이 반복됐다. 예컨대 2012년 8월 3일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연락부장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남북 경협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반대로 2013년 9월 23일에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한다”고 통보하자마자 남북 경협주가 동반 하락했다. 이들 종목 주가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할 때마다 급락과 회복을 되풀이했다. 2014년 12월 4일에는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방한할 수도 있다는 소문에 경협주가 치솟기도 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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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남북 경협주는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힘입어 9일 다시 치솟고 있다. 광명전기 (3,125원▼ 155 -4.73%)와 제이에스티나는 각각 10%대, 11%대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고 선도전기와 인디에프 (2,160원▼ 85 -3.79%)등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 결국은 사업체력…“실적을 보라”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주로 소개되는 종목들 가운데 북한과 딱히 관련 없는 회사도 있고 실적이 저조한 경우도 많다며 투자시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해서 이들 기업의 실적이 극적으로 개선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상황이면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실체가 불분명한 경협주도 적지 않다”며 “회사의 사업모델이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조한 실적에 허덕이는 남북 경협주가 많다. 대표적인 경협주로 꼽히는 속옷 전문기업 좋은사람들 (3,900원▲ 85 2.23%)은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원가부담을 가중시키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속옷 업황 자체가 부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남북 관계는 대화에서 긴장, 긴장에서 대화 국면으로 반전을 거듭해왔다”며 “남북 경협주 투자는 남북 관계의 급진전이라는 동기가 없더라도 실적 또는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등을 근거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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