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특히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외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중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관세 부과가 면제됐다.

WP는 “미국의 가까운 안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철강 관세 부과가 면제되도록 트럼프 행정부에 사력을 다해 로비를 펼쳤으나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3월 8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철강·알루미늄 산업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블룸버그

한국은 캐나다, 브라질에 이어 대미(對美) 철강 수출국 3위다. 이번 철강 관세 부과는 미국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세탁기·반도체·화학제품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통상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한국 정부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2주간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 오린 해치 미 상원 재무위원장 등 미 행정부와 의회 인사들을 만났다. 김 본부장은 이들을 만나 철강 관세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줄 것을 설득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세탁기·태양광 패널에 이어 한국에 철강 관세까지 부과한 것이 안보 측면에서 민감한 시점에 나온 결정이라는 데 주목했다. 정치적 동기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WP는 “트럼프 행정부는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와 최고의 관계를 갖고 있다고는 할 수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중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재 양국 동맹이 아슬아슬한 상태에서 한국 외교부는 철강 관세 부과가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안보와 통상은 별개 문제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 양국 관계가 더 어색해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명령에 서명하면서 추후 동맹국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 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과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은 통상과 북핵 문제가 얽혀 있어 미국 정부가 꽤나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9/2018030900529.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