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3·5 합의'] 트럼프 설득하러 가는 정부, 무슨 카드 내밀까

'北제재 유지' '비핵화' 재확인 통해 美 안심시키고
'美의 레드라인' 北ICBM을 테이블 올려 대화 유도

文대통령, 5당 대표와 오찬서
"핵 동결 정도가 목표 될 순 없어, 궁극적인 목표는 비핵화…
비핵화의 구체적 로드맵은 미국과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8일 방미(訪美)하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방미 기간 미·북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김정은이 집권 이후 가장 강력한 대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을 미측에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7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얼마나 강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며 "김정은 입에서 비핵화라는 말이 처음 나온 만큼 탐색·예비 대화라도 일단 시작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펼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우선 미국을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남북이 대화를 하더라도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대북 제재 공조를 유지할 것이란 방침을 미국 측에 분명히 밝힐 예정이다. 이와 함께 '히든 카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히든 카드'는 이번 대북 특사단 활동을 통해 구체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3명 석방'과 함께 미 본토를 위협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및 점진적 폐기'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ICBM 개발 중단, 억류 미국인 석방으로 대화 시도

지난 5일 남북 회담에서 북한은 '외부 상황에 따라 ICBM 개발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원칙적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대북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한 것처럼, ICBM도 미국이 전략 자산 전개 중지와 미·북 수교 등을 보장한다면 더 이상 개발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정부 소식통은 "(특사단이)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는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북측에 진전된 조건을 요구했고, 북한이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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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하며 참석자들과 함께 웃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연합뉴스

북한은 그간 핵탄두를 장착한 ICBM 능력을 갖추겠다고 공언해왔다. 미국은 미국 전역을 위협할 수 있는 ICBM 개발 완성을 사실상 '레드 라인(red line)'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군사 조치를 포함한 제재 강화에 나선 이유도 ICBM 문제가 가장 크다. 이 문제를 직접 대화 테이블에 올리는 카드로 미국을 설득한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이와 함께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 석방' 카드도 미국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반길 만한 조건을 다방면으로 제시해 본격적인 비핵화 대화에 앞서 '예비 대화'라도 시작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재 유지' '비핵화 목표' 재확인

'ICBM 개발 중단'과 '억류 미국인 3명 석방'이 북한이 미국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라면 '대북 제재 공조 유지'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카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도 "남북 간 대화가 이뤄진다고 해서 국제적 대북 제재 공조가 이완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핵 확산 방지나 동결 정도를 궁극적 목표로 삼을 수 없으며 궁극적 목표는 비핵화"라고 했다. '최대 압박'과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정의용 실장도 방미 기간 중 미국에 '남북이 대화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는 유지하겠다' '대화의 최종 목표는 비핵화'라는 원칙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여야 대표 회동에서 향후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미국하고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남북이 마련한 카드에 대해 미국도 어느 정도 호응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특사단 방북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계시지 않은가 싶다"고도 했다. 정 실장은 6일 "미·북 대화를 시작할 충분한 여건이 조성됐다"며 미·북 대화를 낙관했다. 정 실장은 7일 청와대 여야 대표 회동에 배석했 을 때도 미·북 대화 성사에 자신감을 보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청와대는 방미 이후엔 중국, 일본, 러시아도 방문해 김정은의 발언을 알리고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정 실장이 중국·러시아를 방문하고 서 원장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미 이후 각국 정부와 구체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시기는 3월 중순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8/20180308003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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