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광 케이블 시대’의 첫 발을 내디뎠다. 서울과 평양을 잇는 광 케이블망을 개통한 것이다. 이미 서울에서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과, 평양에서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 사이에는 광 케이블이 깔려 있었는데, 이번에 평화의 집과 통일각 사이에 광 케이블을 연결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이다. 광 케이블은 기존 동축(동축) 케이블보다 용량이 훨씬 크다. 기존 케이블은 남·북 직통전화 2회선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 광 케이블은 전화 300회선과 동(동)영상 전송을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45Mbps급 TV전송선 1회선과 데이터 통신 5회선도 사용할 수 있다. TV 방송사가 별도의 위성장비 없이 북한에서 생방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 방송 관계자들의 설명. 동영상 전송, 무선 인터넷 등이 가능한 IMT-2000 휴대전화가 2Mbps인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용량은 상당한 것이다. 그 동안은 남·북한 간 대량 통신 필요성이 있을 때마다 용량 때문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번 연결로 정확하고 빠른 의사소통이 가능케 된 것이다. 특히 앞으로 설치할 것으로 보이는 남·북 군사직통전화와 함께 방북 기업인들의 통신용으로까지 이 케이블을 확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통일부 측의 예상이다.

남·북한간 신뢰수준을 한 단계 높인 효과도 있다. 북한이 연결에 동의한 것 자체가 앞으로 남·북한 간 상당한 수준의 통신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북한도 인적교류의 확대를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 효과에 일정부분 한계도 엿보인다. 남·북한이 연결한 광케이블은 평양~통일각간에 깔려있는 북한 케이블의 용량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메가bps의 1000배인 기가급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한간 통신용량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는 북한 측의 시설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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