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탄압의 상징인데… 우리軍이 나서 홍보해주는 꼴
北 체제 비판은 절반으로 줄고 김정은 언급 횟수·수위도 급감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북한 체제 비판과 실상을 알리는 내용이 작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에 대한 직접 비판은 줄고, 대신 북한 인권 탄압의 상징으로 비판받는 마식령스키장을 홍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이 6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군은 작년 말 대북 확성기 방송인 '자유의 소리' 2018년 방송 지침을 확정했다. 전체 방송 프로그램 내용 중 북한 체제 비판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7년 20%에서 올해 10%로 줄였다. 북한군 실상을 알리는 내용도 같은 기간 25%에서 10%로 조정했다.
 
경기 중부전선에 있는 대북 확성기.
경기 중부전선에 있는 대북 확성기. /뉴시스
대신 대한민국 발전상을 알리는 내용은 30%에서 40%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내용은 25%에서 40%로 각각 늘렸다. 전체 프로그램 수는 19개에서 16개로 줄었는데, '이것이 진실이다' '폭로'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 등 북한 체제 비판이나 북한군의 부조리한 실상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그 결과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김정은에 대한 비판 횟수와 수위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김정은 관련 내용을 빼라는 직접 지시는 없었다"며 "최근 북한 내 김정은 활동이나 핵·미사일 도발 상황이 적어 언급이 줄어들었다"고 해명했다.

방송 내용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프로그램인 '오늘의 초점'은 최근 '마식령스키장,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주제로 방송을 했다. 방송은 "금강산 일대와 동해안, 원산 일대와 마식령스키장을 한데 묶어 관광 상품으로 만든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사계절 모두 즐겨 찾을 수 있는 관광 명소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학용 위원장은 "마식령스키장은 북한 인권 탄압의 상징이자 김정은이 체제 선전으로 이용하는 곳인데, 이를 대북 확성기 방송이 홍보해준 꼴"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방송 목적은 평창올림픽 이후 북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화해 분위기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데 있다"고 했다. 군 일각에선 남북 대화 분위기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조만간 중단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7/20180307002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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