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3·5 합의']

4시간 12분 만찬회동 이례적 환대

정의용 실장, 文대통령 친서 전달… 김정은, 다 읽은 뒤 김여정에 건네
리설주, 만찬 중간 특사단과 건배

철갑상어 등 서양식 요리로 준비
北 공개영상에 육성은 포함 안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對北) 특별사절단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난 5일 만찬에는 북한 고위 인사뿐만 아니라 부인 리설주,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김정은의 가족도 총동원됐다. 김정은과의 면담과 이어진 만찬은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진행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남측 인사가 노동당 본관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5일 면담에는 방남 특사였던 김여정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고 이어 진행된 만찬에는 리설주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이 추가로 참석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지난 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과 함께 만찬을 하고 있다. 김정은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 실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맹경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서훈 국정원장, 김정은 부인 리설주.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6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회담이 열리기 전 사절단은 김정은·리설주 부부와 순서대로 악수를 했다. 먼저 수석 특사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과 두 손을 맞잡으며 악수한 뒤 서훈 국가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이 김정은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사절단은 김영철·김여정과도 악수로 인사했다. 이후 이들은 노동당 본관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맨 왼쪽에 서 있던 윤건영 실장만 오른손에 손가방을 들고 있었다. 윤 실장은 방북 기간 문 대통령의 '친서'를 지참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장에 들어선 뒤 김정은 맞은편에 앉은 정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발언한 뒤 테이블 옆 편으로 이동해 김정은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친서를 직접 읽고 허리를 뒤로 젖혀 왼쪽에 앉아 있던 김여정에게 친서를 건넸다. 김정은은 이후 테이블에 앉아 발언을 했고, 윤건영 실장과 김상균 2차장 등은 고개를 숙이고 이를 받아 적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훌륭한 친서를 보내온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자신의 인사를 반드시 전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했다. 김정은은 중간중간 치아를 보이며 웃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상에 김정은의 육성은 없었다.

이후 사절단과 김정은은 만찬 장소로 이동했다. 이때 김정은 부인인 리설주가 등장했다. 사절단은 김정은과 다시 악수한 뒤 리설주와도 일일이 악수했다. 리설주는 고개를 숙이면서 사절단을 맞았고 사절단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은 가족, 특사단 직접 배웅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지난 5일 밤 노동당 청사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단과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다. 맨 왼쪽은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조선중앙TV
이후 원탁에 둘러앉은 사절단과 북측 인사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김정은과 리설주는 만찬 중간 자리에 일어서서 사절단과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하기도 했다. 김정은 오른편에 앉은 리설주 역시 핑크색 재킷, 목걸이 등을 착용하고 밝게 웃었다. 리설주가 남측 인사를 만난 것은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응원단으로 방남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측 인사가 김정은·리설주 부부와 동시 접촉한 것 역시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리설주를 등장시킨 것은 북한이 '정상 국가'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고 했다.

만찬엔 김 위원장 왼편으로 정의용 실장, 김영철, 천해성 차관, 맹경일, 김창선, 김상균 2차장, 리선권, 윤건영 실장, 김여정, 서훈 원장, 리설주 순으로 착석했다. 빨간색·초록색 꽃 장식과 말 조각 등으로 꾸며진 원탁 위에는 철갑상어와 포도주, 북한 전통주인 수삼삼로주 등 주류와 빵 등 서양식 요리가 올려져 있었다.

만찬이 끝난 뒤 김정은 부부와 김여정·김영철은 만찬장 밖으로 나와 사절단을 배웅했다. 김정은은 불콰한 얼굴로 정 실장, 서 원장 등과 두 손으로 악수하면서 웃었다. 김정은에게 크게 고개를 숙이지 않은 정의용·서훈·천해성 특사와 달리 김상균 차장과 윤건영 실장은 김정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 다. 사절단을 숙소로 데려다 줄 검정 리무진 2대가 노동당 건물 안 복도까지 들어와 대기 중이었고, 김정은 일행은 사절단이 차량을 타고 건물을 나가는 동안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이날 면담 및 만찬은 오후 6시부터 4시간12분간 진행됐다. 김여정이 지난달 방남했을 때 문 대통령과의 접견 및 오찬이 총 2시간50분 동안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1시간 이상 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7/201803070021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