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단 訪北]

특사단, 北이 대화테이블 앉기 쉽게… 기존 '동결→폐기'서 세분화

첫 단계로 핵·미사일 도발 멈추고 美 태도에 따른 비핵화 약속 설득
北, 과거에 보상만 챙기고 핵개발… 최종 폐기 단계까지 갈지 불투명
전문가 "국제 제재 효과 거두려면 北에 섣불리 당근 줘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구상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對北) 특별 사절단은 5일 오후 평양에 도착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고 만찬 회동을 했다. 사절단은 이날 김정은을 만나 문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고 특히 북한을 북·미 대화의 장(場)으로 끌어내기 위해 종전과 다른 '비핵화 3단계 접근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핵 동결'을 대화의 입구로, '핵 폐기'를 출구로 하는 비핵화 2단계 구상을 제시해 왔다. 처음부터 핵 폐기를 대화 조건으로 할 때 북이 미국과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을 감안해 대화 개시 단계의 '문턱'을 낮추자는 전략이었다. 사절단이 이번에 김정은에 제시한 3단계 접근법은 단계별로 북이 이행해야 할 조치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제 보상이나 제재 이완 등 단계별 이행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더 세분한 내용이다.

사절단은 이날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3단계 접근'의 첫 단계로 핵·미사일 도발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이른바 '모라토리엄' 선언과 함께 '미국의 태도에 따라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선언적 약속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 일시 중단'과 '핵 폐기 대화가 가능하다'는 수준의 북 태도 변화는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100% 충족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최소한 미국을 상대로 북한과 대화하라고 설득할 수 있는 발판은 된다는 것이다.

또 사절단은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미·북 대화 진전에 따라 핵 폐기 절차를 '미래 핵 폐기'와 '과거 핵 폐기' 두 단계로 나눠 접근하자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핵'은 북한이 영변에 새로 건설 중인 원자로 등 핵 개발에 이용될 시설을, '과거 핵'은 기존 핵 개발 시설과 물질, 핵무기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절단이 이런 '거래'를 통해 김정은을 설득한다고 해도 북한이 최종 목적지인 '핵 폐기'까지 갈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북한이 과거 핵 프로그램 동결과 한·미의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합의를 한 뒤 보상만 얻고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협상 줄다리기가 진행되는 사이 북의 핵·ICBM 개발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만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조야(朝野)에서 북핵의 단계적 해결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을 향해 '대화 문턱을 낮추라'고 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어떤 대화도 결론은 비핵화'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또 북한은 단계적 이행의 보상으로 한·미 연합 훈련 중단 차원을 넘어 주한 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식으로 북이 한·미 동맹 균열을 시도할 경우, 우리 내부의 국론 분열과 남남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6차 핵실험 이후 받고 있는 국제사회 제재 강도는 과거 이란이 핵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받던 제재 수준보다 훨씬 높다"며 "제재 효과를 거두려면 섣불리 북한에 당근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6/20180306001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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