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칼럼
[수미 테리] 섣부른 美·北 대화 추진 역효과 낼 수도
조선  |  @chosu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3.0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北, 미북 대화 지금 응한다면 核 능력 향상 시간 벌려는 것
한국을 '최대 압박' 제재의 가장 약한 고리로 여겨
北 핵 개발 정지해야 美·北 건설적 대화 가능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미·북(美北) 대화를 당면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북한이 보여준 대북 유화 기조는 지난 1년 동안 악화일로였던 남북 간 긴장을 완화시켜 주었다. 그러나 이 '평화'를 위한 모멘텀은 워싱턴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북한 간의 견해차를 좁히고 미·북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려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과 북한 모두에 양보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 중 어느 한쪽이라도 자신의 현재 입장을 바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 상황이 충분히 무르익지 못한 상태에서 대화가 열린다면 오히려 역(逆)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 마주 앉기는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을 수정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

만일 지금 미국 관리들이 북한 측과 만난다면, 그 유일한 목적은 북한 측에 명확한 경고를 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 미국은 분명히 북한에 핵 프로그램 포기 의사가 있는지를 물을 것이다. 북한이 부정적으로 답하거나 대답을 거부하면 미·북 대화는 그 즉시 끝나버리고 미·북 간 긴장은 더 고조될 것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한 후 백악관은 한국이 북한에 고위급 특사를 보낼 것이라는 내용은 생략한 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목표를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과 마주 앉아 비핵화(非核化)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서도 매우 의구심이 든다. 북한은 미국 전역을 위협할 수 있는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갖추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런 북한이 미국과 만난다면, 핵·미사일 프로그램 능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일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정부 들어 강화된 유엔 안보리 제재에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은이 한국에 손을 내미는 것은 국제적인 제재를 약화시키기 위한 첫 단계이다. 북한은 서울을 '최대 압박' 전략의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달 동안 트럼프 정부 고위 관료들이 북한에 지속적인 경고를 보내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은 '예방 전쟁'을 언급하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어느 시점엔가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북한의 의도를 믿지 못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최종적으로 핵 프로그램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할 의사가 있을 때 비로소 협상을 하고 싶어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입장은 국제사회의 포괄적·지속적 대북 제재가 이뤄진 이후에 북한과 협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대북 제재가 이제 막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본다. 과거 이란 사례에서 보듯 북한이 검증 가능한 핵 동결이나 핵 폐기를 진지하게 고려할 정도로 충분한 압박을 느끼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미·북 대화를 과도하게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워싱턴에선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 때 천안함 폭침(爆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를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주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대화 노력을 계속하고 남북 간 해빙(解氷) 무드를 이어가고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양보를 하지는 말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미·북 간에 생산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런 환경은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 특히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 시험 중단을 공식 선언할 때 가장 확실하게 조성될 수 있다.

만일 북한이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이후 미사일 시험을 재개한다면 미·북 대화가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북 대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4/2018030401863.html

조선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