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 27일만에 통화]

서훈, 그동안 대북 물밑접촉 주도… 조명균·정의용도 특사로 거론
비핵화 의지 있는지 타진하면서 남북 정상회담도 논의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대북(對北) 특사 파견 계획을 알렸다. 지난달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로 방한한 것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특사의 역할은 북한 대표단과 논의했던 내용을 재확인하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미·북 대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가 북에 다녀온 뒤 활동 내용을 나에게 알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대화에 대해선 "적절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며 '대화를 위한 대화'라는 기존 미·북 대화에는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이 때문에 양 정상 간 대북 특사 파견과 남북 대화에 대해 명확한 공감대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란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1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1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대북 특사로 그동안 대북 접촉을 해왔던 서훈 국정원장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원장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단독 면담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원장 이외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해온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며 대미(對美) 창구 역할을 해온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도 특사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 스타일상 대북 라인에 있는 공개적 인물을 특사로 파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대북 특사 파견을 사전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북 특사는 미·북 대화를 위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을 통해 제안했던 남북 정상회담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한 것은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한 설명과 함께 '평창 이후' 한·미 공조를 강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북한 인사들과 미·북 대화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는 미뤄져 왔다. 문 대통령도 그간 시간을 두고 입장을 조율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혀왔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 "정상 간 소통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기류가 달라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월 28일 국회에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대북 특사나 남북 정상회담 얘기가 나오지만 이보다 먼저 대미 특사, 한·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전적으로 동의한다. 평양보다 워싱턴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미·북 대화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조기 통화가 필요하다"는 참모진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도와준 것에 감사를 표시했다. 펜스 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 방한 과정의 뒷얘기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평창 기간 중 남북 간 접촉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을 만났을 때 오간 얘기 들과 김영철 일행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보인 반응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합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표단은 미·북 대화 의사를 밝히면서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 대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고 한다. 이날 통화를 계기로 미국에 대한 설득이 본격화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2/20180302002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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