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권 예비역 대위
박인권 예비역 대위

군대는 안보의 최일선이자 최후의 보루다. 남북 분단의 대치 상황에서 국군의 존재 이유는 절대적이다. 젊은이들이 청춘을 바치고, 부모들이 귀한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데 기꺼이 동의하는 이유다. 군인, 특히 병사에게 휴가와 외출·외박은 고된 병영 생활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며 전투력을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20여 개월 군 생활 동안 휴가와 외출·외박을 손꼽아 기다리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음을 잘 안다.

군인의 외출·외박에는 일정 제한이 있다. 지휘관이 정한 '위수 지역'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규정이다. 나도 강원도 양구에서 복무하던 시절 휴가를 제외하고는 양구 지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 벗어나면 '위수 지역 이탈'로 징계 대상이었다.

그런데 국방부가 지난 21일 외출·외박 시 이동 구역 제한 규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제도의 기원은 1950년 6·25전쟁이다.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전면전이 벌어진 당시 우리 군은 전투 준비가 될 수 없었다. 주말을 맞아 외출·외박 등 영외로 나간 군인이 많았던 것도 큰 이유였다. 무려 3분의 1이나 됐다는 말도 있다. 결국 전투 대응이 늦어지고,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되었다.

전쟁이 없는 평시에는 외출·외박의 이동에 제한을 두지 말라는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도 병사들의 사기 등 측면에서 이해는 간다. 그러나 군대는 항상 '만에 하나'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유사시 일사불란한 전투 체계를 갖추는 데 다소라도 문제가 있다면 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게다가 외출·외박은 휴가와 구별되는 영외 휴식의 개념이다. 유사시 빠른 시간 안에 부대에 복귀해 전투 태세를 갖추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군사 대기 상황의 일부인 것이다.

국방부의 이번 조치가 휴식다운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위수 지역을 없앨 것이 아니라 휴가를 늘려주고 더 편히 다녀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한반도에 안보의 위기가 온다는 이때, 지역 제한 없는 외출·외박 허용은 아무래도 불안하다. 정부의 재고를 바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7/20180227030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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