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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상] 30년 만의 '드러눕기' 反轉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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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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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상 정치부 차장
정우상 정치부 차장

영화 '1987'에서도 등장했지만 1980 ~90년대 우리나라의 민주화 시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드러눕기'이다. 당시 대학에서 시위를 조금이라도 했던 40~50대는 기억한다.

신입생 때 거리 시위에 나가 경찰에 둘러싸이면 거기에 데려간 선배들은 사라지고, 남아 있던 신입생들만 오도 가도 못하다가, 누군가의 '앉아' '눕자'는 구호에 맞춰 그냥 길바닥에 앉거나 누워 버렸던 걸. 그다음에는 최루탄을 뒤집어쓰고 경찰차에 끌려가고, 난지도 같은 외진 곳에 버려지고 혼자서 버스 타고 집에 온다. '드러눕기 시위'의 무모함과 절박함, 그리고 공포는 '386세대'에 대한 성토와 무책임을 꼬집는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이 '드러눕기'는 소규모 시위대로 경찰에 저항할 수 없을 때, 아니면 옥쇄(玉碎) 방식으로 그냥 끌려갈 수밖에 없을 때 사용됐다. "우리 역량은 여기까지다. 너희 마음대로 하라"는 메시지였다.

'드러눕기' 시위의 절정은 서울올림픽 직전인 1988년 여름의 남북 학생회담 투쟁이었다. 남북 대학생들이 판문점에서 만나 회담을 하고 '분단 올림픽'인 서울올림픽을 공동 개최해 '통일 올림픽'으로 만들자는 주장이었는데, 전대협이 그 중심에 있었다.

24일 오후 자유한국당 김무성 김영철방한저지투쟁위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 세 번째)와 의원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철회를 주장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4·19 직후에 나왔던 '가자 북(北)으로, 오라 남(南)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판문점으로 향했지만 경찰에 막혔다. 통일로에 누운 학생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저항했지만 하나둘 뜯겨 나와 경찰차에 실렸다. 매년 8월이면 반복되던 전대협 통일선봉대의 드러눕기 시위는 약 10년을 거의 같은 방식으로 반복됐다.

30년 뒤 '드러눕기 시위'의 공수(攻守)가 바뀌었다. 길바닥에 눕는 절망적 방식으로 저항했던 이들은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여당의 핵심부에서 '평화 올림픽'을 노래했다.

'오라 남으로' 같은 절박한 구호는 없었지만, 북한 고위급 인사들은 하늘, 땅, 바다로 거침없이 내려와 청와대와 평창을 휘젓고 다녔다. 자유한국당은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 노동당 통전부장의 길을 막겠다며 통일대교에서 가로막고 농성을 했다. 그러자 민주당 대변인은 "도로에 드러눕고 점거하는 한국당의 작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제적 망신이고 국민이 분노한 다"고 했다.

아무래도 민주당 대변인은 '드러눕기 시위'가 현 여권 인사들에게 갖는 신성함과 역사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감히 '드러눕기 시위'를 작태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30년 전 길바닥에 누웠던 이들의 통제를 받는 경찰이 통일대교에 드러누운 야당 인사들을 끌어내는 이 '비현실적' 현실은 '혁명' 때나 봄 직한 기막힌 반전(反轉)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7/20180227030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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