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오후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관람을 마친 뒤 진부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6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나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점을 또다시 밝혔다.

이날 오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영철이 정 실장에게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여러차례 밝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과 김영철은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서울 워커힐 호텔 중식당에서 오찬을 하면서 회동했다. 일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고 사진이나 영상도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오찬이 끝난 뒤 세 문단짜리 간략한 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회동에는 우리 측에서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천해성 통일부차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북측에서는 김영철,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양측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4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 관계자는 “이들 4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했다.

북측은 북미 대화를 위해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 전제조건을 따로 내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를 위해 북측이 비핵화가 아니더라도 도발을 자제하는 등 별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라고 했다.

2시간 대화 동안 주로 정 실장이 김영철에게 “문 정부 출범 이후 주변국과 관계회복에 노력을 해왔으며, 그 노력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미국과 4차례 이상 공식 정상회담을 하고 한 달에 한번 정도씩 직접 통화하면서 미국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어왔고 두 정상 간 확고한 신뢰를 구축했다”며 “대화 분위기 조성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영철은 “문 정부의 그런 노력을 평가한다”고 했다.

이도훈 본부장이 회동에 참석한 것이 알려지며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 관계자는 “다자회담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산가족 상봉도 화두에 오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문 대통령이 김영철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원칙적 입장에서 더 나아가 비핵화를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 지까지 말씀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철의 반응에 대해선 “진지하게 경청했으며, 어떤 반 응이 있었는데 그것을 내가 전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비핵화 언급을 누락한 것에 대해선 “문 대통령은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라고 했고 누구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지고 있다. 불면 날아갈까 하는 상태”라면서 “저희들도 같은 말을 하더라도 직접적인 표현 보다는 완곡 어법으로 내용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6/20180226020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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